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일인 10일 양지서당 유정욱 훈장을 비롯한 가족들이 논산 연산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인증샷을 찍고 있다. [사진=이성희 기자] |
선거 과정에서 겪은 갈등, 반목, 대립을 모두 털어내고 한마음 한뜻으로 충청의 도약을 이끌 때다. 이번 선거는 본격적인 '충청시대'를 준비할 적기였다. 지지부진한 각종 현안의 추동력을 얻고 다양한 정책의제를 발굴해 지역이 당면한 과제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극심한 진영대결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여야 정당은 물론 후보들도 정책과 공약보단 심판 프레임에 갇혀 상대를 헐뜯기 바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집권 3년 차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고, 국민의힘과 여권은 다수당으로 21대 국회 의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의 심판을 호소했다.
지역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중앙 정치권의 심판 프레임을 가져다가 '네거티브'에만 열을 올렸고 대다수가 자신의 정치적 비전과 의정활동의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은 채 무작정 상대보다 "잘할 수 있다"는 식의 '마이웨이' 선거 활동을 보여줬다. 당연히 건강한 토론 문화는 없었고 대립과 반목만 극단으로 치달았다.
서로 심판만 부르짖는 편 가르기는 지역 현안을 모두 집어삼켰다. 우선 충청 4개 시·도를 묶어 초광역도시를 구성하는 '메가시티' 이슈가 공론화되지 못했다. 국회 세종 완전 이전은 휘발성 높은 이슈로만 활용됐다. 여야 정당의 공약집도 직전 선거였던 20대 대선과 제8회 지방선거에서 제시했던 공약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래서 앞으로가 중요하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 충청도약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일단 갈등 봉합이 필요하다. 극단적 진열 대결 속에 이뤄진 네거티브와 각종 고소·고발로 진흙탕이 되어버린 정치판을 정화함과 동시에 갈라치기로 두 쪽 난 민심을 지역발전의 대명제 아래 하나로 다시 묶는 일이 급선무란 얘기다.
각종 공약의 추동력 확보도 과제다. 선거 과정에서 제시된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충청권 메가시티 인프라 확대, 국회 세종 완전 이전, 도심 통과 철도 구간 지하화 등 충청발전과 직결되는 공약과 정책의제를 여야가 초당적 협력으로 22대 국회에서 끌고 나가야 한다. 충청 28개 지역구 당선인들의 역할이 막중한 이유다.
충청의 정치력을 키우는 일도 시급하다. 정권 중반기에 접어들면서 시·도별 또는 권역별로 사업 우선권과 예산 규모를 더 따내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당장 총선 이후로 미뤄진 2차 공공기관 이전을 놓고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 중인 기회발전특구와 교육발전특구도 지자체들이 유치전에 뛰어든 상황이다.
충청의 시간은 거저 오지 않는다. 영호남 패권주의와 수도권 일극 체제를 끝내고 대한민국 균형발전을 선도하는 충청시대는 지금부터 노력에 달려있다. 이번 선거가 정책, 비전, 인물 없는 '3무(無)'로 끝난 만큼 포스트 총선의 중요성은 더더욱 높다. 충청도약을 앞장서 견인할 당선인들에게 560만 지역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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