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이 8일 의사협회가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내부 검토는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대통령실은 3시간 만에 "검토한 바도 없고,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의료계는 불신을 더 키웠다며 투쟁 태세를 이어가고 있다. 의사협회 비대위는 정부의 통일된 대안 요구에 총선 직후 전공의와 의대생, 의대 교수 등이 모여 합동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발표했지만 전공의 대표와 의사협회 차기 회장이 부인하면서 없던 일이 돼버렸다.
전공의들이 사직한 후 진료실을 지키는 의대 교수들은 한계 상황을 호소하고 있다.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상대책위가 소속 교수들을 대상으로 정신적·신체적 어려움을 조사한 결과 89%가 한 달 이상은 지속하지 못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업무가 많아져 겪는 신체적 손실보다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전문가임에도 배제된 데 대한 허무감과 우울감 등 정신적 어려움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환자의 고통과 국민의 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다. 전공의들이 빠져나간 의료 현장에 남아 있는 의대 교수들은 한계를 호소하고, 진료를 축소한 병원의 경영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이 '불가침의 숫자'는 아닐 것이다. 정부는 유연한 증원 방안을 제시해 대화의 물꼬를 트고, 전공의들은 즉각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불안해 하는 국민의 생명, 건강보다 더 중요한 명분이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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