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내 작품, 어찌 하오리까?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내 작품, 어찌 하오리까?

김달진 미술자료박물관장

  • 승인 2024-04-10 22:58
  • 신문게재 2024-04-11 1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김달
김달진 미술자료박물관장.
많은 미술가가 자신의 작품이 영구 보존 관리되고, 전시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직접 미술관을 만들기도 하고 혹은 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하여 상설 전시가 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기증받는 미술관 입장에서는 상설전시 공간을 영구적으로 묶어두어야 하는 제약이 생기고 때로는 특정 작가에게만 그런 혜택을 주느냐라는 의견을 마주 치다 보니 아무래도 작가와 반대편에 있다. 현재 공립미술관의 작가 상설전시관 현황을 살펴본다면 서울시립미술관은 천경자, 제주도립미술관은 장리석, 제주현대미술관은 김흥수, 포항시립미술관에 장두건 등이 있다. 제주현대미술관에는 분관인 박광진미술관이 있고, 경주 솔거미술관은 박대성미술관으로 시작하였으나 솔거미술관으로 명칭을 양보하는 대신 상설관을 마련하였고,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도 작가 개인의 명칭에 대한 반대로 고비를 겪었다.

지역에 개인미술관을 추진하다가 반대에 부딪친 사례로 2008년 대전(이종상), 2009년 인천(이종상), 2015년 안동(하종현), 2021년 제천(김영희)이 있다. 조건이 맞지 않다고 2008년 고흥(천경자), 2009년 양주(천경자), 2020년 예천(박서보)은 미술가가 포기했다. 2020년 종로구청은 종로구립미술관 건립을 위해 자문밖문화포럼이 주축이 되어 원로작가 및 유족과 MOU를 체결하였다. 협약 대상자는 물방울 그림으로 유명한 김창열(1929-2021), 미술 교과서 출판과 한국적 판화의 선구자 이항성(1919-1997)과 아들 이승일, 미술 애호가 도서출판 삶과 꿈 김용원 대표였다. 종로구와 협약자들은 구의 재정 여건을 고려한 구립 미술관 순차적 건립, 작품 100점 이상 무상 기증, 작가 자택을 활용한 구립미술관 건립을 위해 상호 협력을 약속했었다. 조각가 최종태, 박서보미술관도 함께 논의되기도 했다. 제주에서는 중광(1934-2002) 미술관을 준비했으나 문체부의 미술관 건립을 위한 예비타당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였고, 김해에서는 조각가 김영원의 기증으로 미술관이 건립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월 4일 발표한 2024 규제혁신 추진 계획 가운데 작가들의 시름을 덜어줄 두 가지 미술 관련 개선안이 있어 주목해볼 만 하다. 첫째는 제작 후 50년 이상이 지나면 잠재적인 일반동산문화유산으로 분류되어 수출이 금지되었던 유물과 작품을 앞으로는 1946년 이후 제작된 경우 별도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문체부는 문화재청 및 미술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제작연도 규제 완화에 이어 '가격 기준'을 도입하고, '1945년 이전에 제작된 미술품'의 경우에도 일정 가격 이하인 경우 심사 없이 수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 안은, 지방자치단체가 공립 박물관·미술관을 설립하기 위해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받아야 했던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앞으로는 지자체가 스스로 평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대전 제2시립미술관과 원로작가 특화 전시관도 7월 사전 건립타당성 조사인데 기본계획 수립인 인력과 방향성에 우려가 크다.

미술계에서 여러 현안이 많이 있지만, 노년에 접어든 작가들의 어려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가지원정책도 젊은 작가 위주이고 전시도 초대받기 어렵다. 작가 소장 작품을 정리하고 싶어도 평가와 절차로 미술관 기증도 어렵고, 작품가가 어느 정도 공개된다고 알려진 작가의 경우 상속 문제마저 생긴다. 작품으로 상속세를 내는 물납이 가능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조건은 까다롭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작가들의 '내 작품 어찌하오리까?'라는 시름은 여전히 깊어만 간다. 미술관 건립이 완화되면 좀 더 숨통이 트이기를 기대한다.



김달진 미술자료박물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