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내용을 살펴 보면, 중국의 역사, 문화에 대한 장면들로부터 시작한다. 가까이는 1960년대 중반부터 10년 이상(명칭과는 달리 문화뿐만 아니라) 중국 전체를 마비시켰던 문화대혁명에서부터, 극중 게임 속에서는 역사시대 초기의 은나라 주왕, 주나라 문왕, 복희나 음양 64괘 등 시간, 기후 예측을 위한 천문도 등장한다. 극의 시작은 게임에 참여하던 유능한 과학자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결국 게임 속에서 외계 문명(이 만든 절대AI컴퓨터 '지자, 智者')이 암시하는 것은 3개의 태양이 뜨는 환경에서 생존에 한계가 있는 외계 삼체문명의 400년 후 지구 정복 선언이다. 이런 외계문명을 지구로 부른 것은 문화대혁명에서 잔인하고 안타까운 물리학자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딸(예원제)이다. 시진핑 주석이 그랬던 것처럼 문화대혁명으로 하방되어 내몽고에서 고된 벌목작업을 하던 예원제는 그녀의 천체 물리학 논문으로 벌목장 근처의 전파 송신소 기술자로 스카우트되고, 어쩌다 접한 외계의 신호에 그녀는 복수심으로 증폭된 신호로 삼체문명에 응답한다. 더 이상 기대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인류문명의 절멸과 문화대혁명의 구호처럼 신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그런데 그 삼체문명에 애지중지 키웠던 옥스포드대학 물리학 교수 딸인 베라 예가 희생되고, 기초과학의 총아라는 세계 입자 가속기들은 해석 불가의 기이한 결과를 쏟아내며, 인간들은 벌레 취급당할 줄이야. 삼체인의 지구 정복 방법은 간단해 보인다. 사유하는 인간을 두려워하여, 기초과학자들을 제거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원작의 의도였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중국에서는 진시황이 최초의 통일 정복자로서 사고하는 지식인들을 묻었던 분서갱유처럼 식자의 숙청 과정이던 문화대혁명이나, 영화의 게임 속에서도 사고하는 인간들이 사라지는 그래픽화면은 장대하다. 과연 삼체문명이 지자를 통해서 인간들의 정교한 사유(思惟)활동을 제어할 수 있을까?!
이십 여년 전이었던가 인문학 바람이 불었던 적이 있다. 한때 혁신CEO로 이름 날렸던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가 경매에 나온 수천만불이나 하는 다빈치의 노트(일명 XX코덱스)를 구입하면서, 인문학적 사유가 자신들의 혁신적인 이익 창출의 근원이라고 말했던 즈음으로 기억된다. 그렇다면 인간의 인문학적 思惟는 私有이익으로만 연결해도 되는 것인가? 현재 우리나라는 의대 증원 문제로 정부와 의사들이 맞서 있고, 국가 R&D 예산 삭감으로 과학자들도 불안해하며, 4월10일 예정 총선에서도 신성하게 주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정부뿐 아니라 의사, 과학자를 포함한 우리 국민들은 혹시 자신들의 사유 이익과 얼마나 연결되는 지만 사유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현재 출산율과 수도권집중, 기후변화 대응 등은 어떤 사유의 문제일까?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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