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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아쿠아리움 내 미완공 추정 동굴 모습. 시멘트로 마감된 아쿠아리움 조성방식과 달리 거친 벽면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7일 중도일보가 2023년 8월부터 진행한 대전지역 아시아태평양 전쟁유산 조사 과정에서 대전아쿠아리움 내에 미완성 동굴의 존재가 확인됐다. 대전아쿠아리움은 당초 군사시설로 을지연습 때 군과 공무원의 비상근무 장소로 사용됐으나 2010년 민간에 매각돼 지금의 수족관 관람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내부 길이가 220m에 이르고 총면적 6000㎡의 U자형태의 지하 공간으로 우리군이 만들었다는 기록은 없는 실정이다. 일제강점기 아시아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이 민간기업에 위탁해 군사적 목적으로 대규모 지하호를 조성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천시 부평구에서도 1945년 초에 일본군 육군조병창과 민간 군수공장을 옮길 계획으로 여러 곳에 동시에 방공호의 동굴을 조성했고, 그중 가장 중요한 동굴 조성공사는 일본 기업들이 참여해 조성한 것이 일본 문헌조사에서 확인된 사례가 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대전아쿠아리움 내에 조성하다가 중단된 것으로 보이는 미완성 동굴 흔적이 발견됐다. 중도일보와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가 지난 2월 대전아쿠아리움을 방문했을 때 눈짐작으로 대락 10m쯤 조성된 동굴을 찾았다. 대전아쿠아리움 측이 전문가들에게 설명하고자 보여준 미완성 동굴은 바위 벽면을 깎고 안으로 뚫고 들어간 흔적이 역력했고 고개를 깊이 숙여서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낮은 높이였다. 대전에서 발견된 일제강점기 동굴 대부분 거친 바위가 그대로 드러난 형태이나, 대전아쿠아리움은 벽면에 시멘트를 바르고 비닐하우스의 지붕처럼 아치를 그리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번에 미완성 추정 동굴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아쿠아리움 동굴시설의 조성 방식을 파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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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대전 항공사진 상에 보문산 중턱까지 임도가 개척되고 끝지점에 모종의 작업 흔적이 남아 있다. (사진=대전시 공간정보 포털) |
대전아쿠아리움 관계자는 "빗물이 유입돼 미완성 동굴을 근래에 발견했고, 동굴의 방향은 밖으로 향하고 있어 또다른 출구를 내려던 것이 아니었나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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