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의회 K시의원이 트렁크에서 낫을 꺼내는 장면(사진 왼쪽)과 선거 독려 현수막을 훼손하는 모습. |
더불어민주당 측에 따르면 국힘 소속 K시의원은 4.10 총선 사전투표가 시작된 5일 오전 11시께 충주시 칠금동에서 '일찍 일찍 투표하삼'이라고 쓰인 민주당의 길거리 선거 독려 현수막 지지줄을 낫으로 잘랐다.
마침 이를 목격한 한 민주당 당원이 경찰에 신고했고, 충주경찰서는 재물손괴 혐의로 K의원을 입건 전 조사(내사) 중이다.
K의원은 경찰 조사에서 "현수막 문구 중 '일찍'이라는 것은 대놓고 1번을 찍으라(1찍)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불법 현수막이라고 생각해 철거했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은 현수막을 통해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경우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 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의 표기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K의원이 훼손한 현수막 문구에는 정당 명칭은 들어가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힘 소속 현직 시의원의 이 같은 행위가 알려지자 민주당 김경욱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6일 성명서를 통해 "충주시민들의 투표 참여를 방해하고 정치참여를 저해하는 국민의힘의 선거 테러 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선대위에 따르면 해당 사전투표 독려 현수막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확인을 받아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럼에도 해당 시의원의 차량 트렁크에서는 현수막을 불법 철거하는 데 사용한 낫과 함께 불법 철거한 투표 독려 현수막이 발견됐다.
선대위는 "충주 발전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투표 참여를 독려해나가도 모자랄 시기에 투표 독려 현수막을 불법 철거하며 민주주의와 신성한 선거에 대한 테러를 자행하는 저의가 무엇이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충주에만 관련 현수막 50장 중 18장이 훼손되거나 사라졌다. 조직적·계획적 불법 현수막 철거 행위가 의심되는 대목"이라면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실을 밝히고 만일 연관관계가 밝혀진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지역 내 여론도 싸늘하다.
지역 정가나 시민들은 시의원들의 차기 지방선거 '공천 보험용' 충성 모드가 그 도를 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은 지방선거 때 지역구 내 광역·기초의원 후보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갑'이다.
차기 공천을 바라는 '슈퍼 을'인 지방의원으로선 국회의원의 선거운동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는 게 지배적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한 시민은 "지방의원들이 지역민을 위한 정치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이득에 우선한 정치적 처신에 골몰하는 모습이 꼴사납다"며 "국회의원에 예속된 지방의원 무용론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은 "지방의원이 특정 후보 선거전 전면에 나서는 등 과도한 충성 경쟁과 '패거리 정치'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면서 "선출직 공직자들의 정치 중립 의무는 당연함에도 특정 후보에 대한 '줄서기' 구태는 여전하다. 이는 배척되고 근절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주=홍주표 기자 32188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