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준 대전화병원장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화상사고 특성과 응급처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지역에서 발생하는 화상사고는 어떤 것들이 있나?
▲요즘 영농철을 앞두고 논밭에 불을 놓다가 온몸에 화상을 입은 사고가 자주 보고되고 있다. 농촌에서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들판에 불을 놓다가 바람이 방향이 바뀌어 불길이 덮쳐오는 것을 피하지 못하고 전신화상을 입어 중상으로 이송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또 머리카락을 다듬을 때 고데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머리에 화상을 입거나 고데기를 아이가 밟아 화상을 입은 사례도 있다. 다리미처럼 뜨거운 물체에 접촉해 화상을 입은 사고는 계속 발생하는 중으로 최근에는 밥솥에서 나오는 뜨거운 수증기 사고 등 다양한 원인에서 화상을 입은 환자를 만나게 된다. 또 어린 남자아이 경우 호기심에 전기플러그에 쇠젓가락을 꽂아 감전사고도 있는데, 어린 자녀를 둔 부모에게 집에서 사용하는 젓가락을 나무젓가락으로 교체할 것을 권하고 있다.
-화상 사고를 당했을 때 고통스럽고 당황스럽더라도 잊지 말아야 할 응급처치는?
▲화상사고는 주변에서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으나 응급처치에 대한 의료상식은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화상으로 피부가 붉게 변한 부위에 소주를 붓고 내원한 환자부터, 약국에서 받은 연고를 바르는 동안 치료 골든타임을 놓친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심지어, 어느 대학 연구실에서 화학물질에 화상을 입은 사고에서는 해당 화학물질의 반대 성질을 지닌 중화재를 화상 부위에 뿌려 화상을 두 번 겪게 한 일도 있었다. 화상을 당했을 때는 시원한 물을 화상 부위에 부어 화기를 빼는 게 중요하다. 얼음은 화상 피부에 너무 큰 자극이어서 적절치 않고 봄과 가을 수돗물 정도의 수온의 깨끗한 물로 식혀줘야 한다. 아이가 복부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화상을 입었으나 부모는 한쪽의 화상만 발견하고 찬물에 식히며 응급처치 후 내원했는데 응급처치를 한 쪽은 약으로 치료를 마쳤으나, 응급처치를 하지 못한 쪽은 결국 수술까지 이뤄진 사례가 있다. 그 정도로 화상 초기 적절한 응급처치가 이후 치료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전화병원은 대전 유일 화상전담 병원이면서 화상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다. |
▲화상은 가벼운 1도 화상부터 중증의 4도 화상까지 나눌 수 있다. 1도 화상은 피부가 붉게 변할 뿐 물집이 생기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사라지고 화상 부위도 회복될 수 있다. 화상 부위에 물집이 생기고 통증이 지속하는 경우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데 약국에서 연고만 받아서 자가치료하다가 치료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수술까지 가는 사례를 보게 된다. 또 화상이 심한 경우 피부에 신경까지 기능을 상실해 오히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물집이 생긴다는 것은 화상 피부층 아래에서 회복을 위한 진물이 나오는 것인데 심한 화상에서는 이러한 진물이나 물집 현상도 관찰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자신의 화상을 가볍게 여기고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한다. 화상 부위에 염증이 생기고 감염까지 진전되면 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어 화상을 전담하는 의료기관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 치료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우선 요구된다.
-관절 부위에 화상을 입으면 굽혀지거나 펴지지 않는 제약이 발생하는데 왜 그런가?
▲피부가 수행하는 기능은 여러 가지로, 그중 관절 부위 피부는 필요한 만큼 늘어나고 수축함으로써 관절이 굽혀지고 펴지는 자유로운 활동을 돕는다. 의학적 실험 보고서에서도, 피부 밑에 물을 주입하면 피부는 계속 팽창할 정도로 탄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화상을 입은 피부는 이러한 기능을 상당히 상실해 필요한 만큼 늘어나거나 수축하지 못하고 굳게 된다. 이 경우 관절을 움직이는 근육에 문제가 없더라도 피부가 기능을 상실해 굽히거나 펼 수 없게 굳게 된다. 이처럼 근육이나 피부가 오그라든 상태를 구축이라고 말하는데, 팔이 펴지지 않거나 얼굴에 화상을 입었을 때는 눈 깜박거림을 못하거나 입을 충분히 벌리고 오므리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초반에 치료가 잘 안되고 흉터가 생기면 피부에 탄력성을 잃고 신체기능 제약의 구축을 겪는다. 그래서 화상 흉터가 남지 않도록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피부이식술이란 무엇이며 어떤 환자에게 시행되나?
▲과거에는 화상으로 손상된 피부를 남겨두면서 치료하는 방식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죽은 피부를 제거하고 대게는 자가 피부를 이식해 기능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진료가 이뤄진다. 화상으로 손상된 조직을 정상적 피부로 덮어 2차 감염을 예방하고 앞서 관절이 굳는 구축 등도 예방할 수 있다. 또 화상 부위에 남은 흉터는 환자에게 정신적 측면의 트라우마를 초래하고 사회생활도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어 피부이식술이 활용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자가 피부를 이식하고, 화상 부위가 넓어 환자의 피부가 많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 타인의 피부를 이식하는 경우도 있다. 화상 치료는 생명을 지키는 데 초기 치료 목표가 있다면 이후에는 흉터로 인해 신체기능의 제약이 최소화되도록 하고 또 환자가 화상사고 전처럼 자존감을 회복하고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치료·관리가 필요한 이유는?
▲화상 사고에서 간과해서 안 될 것이 환자가 겪는 정신적 충격과 트라우마다. 화상으로 흉터를 입게 되는 경우 치료 기간 통증도 굉장히 크고 자존감에서도 큰 상처를 입는다. 얼굴 등에 화상 상처를 입는 경우 외부 활동을 줄이고 우울증에 겪는 환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화상 환자가 정신적 상처를 극복할 수 있도록 보호자와 주변 관계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이가 넘어져도 다시 걸을 수 있도록 북돋아 주는 것처럼 화상환자가 용기를 갖고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다독이고 응원하는 게 중요하다. 필요한 경우 화상 치료와 정신과 진료를 함께 진행하거나 심리상담사를 만날 수 있도록 해 마음의 부담을 완화하는 것까지 함께 노력하고 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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