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일로 개념미술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조영남 대작 사건이다. 그는 성악 전공자로 대중음악가요 연예인이다. 1960년대 말부터 미술작업도 했다 전한다. 처음에는 유화로 시작, 점차 화면에 사물을 붙이는 콜라주 작업에 열중 한다. 박홍순 저 <미술관 옆 인문학>에 의하면 1973년 첫 개인전 이후 50여회나 국내·외 전시회를 개최한다. 작품수도 2000여 점이나 된다 한다. 2016년 무명작가가 대작하고 조영남은 아이디어 제공과 사인 정도만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급기야 2018년 검찰이 사기혐의로 불구속 기소한다.
조영남은 본인이 직접 기획하고 마지막 붓질, 사인했기 때문에 자신의 작품이 맞다 한다. 그의 말이다. "팝아트에서는 아이디어나 개념을 중시한다. 화투를 그리는 것을 팝아트로 보고 저 스스로 팝아티스트라고 한 것"이라며 "제가 (대작자에게) 화투를 그리라고 한 것이니까 당연히 제 작품이 맞다" 또한 예술계 관행이라며 무죄라 주장한다.
좀 밉상으로 보이기도 했던 조영남에게 여론이 지나치다 싶게 비난한다. 본인 생각과 달리 주류 작가가 아닌 탓도 반영되었으리라. 작가들도 비난에 동참하는 이가 많았다. 사건이 확대되자 일부 구매자가 사기라며 처벌하고 변상하라 요구한다. 진중권 교수만이 개념미술이라며 변호 아닌 변호를 한다.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일상적으로 쓰는 물건을 그렸던 엔디 워홀(Andy Warhol, 1918 ~ 1987, 미국 팝아트작가)만 조력자를 둔 것이 아니다. 돌, 나무, 전자 등을 다루는 것과 같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경우 해당 분야 전문가가 필요하다. 물론, 붓질도 일이년 내에 습득하고 완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짧은 시간에 파악하고 습득 할 수 없는 것이 대단히 많다. 단순 반복 작업이 많은 경우도 조력자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획부터 완성까지 공동 작업한 경우가 아닌 조력자의 경우 표시하지 않는다. 조력자도 예술가임이 분명하다. 영화의 경우, 작가, 연출자, 출연자, 제반 스태프 모두 표시한다. 조력자 명시와 예술복지 제반 사항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2017년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 되었으나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다. 무엇보다 위작이나 모작과 달리 창작영역이 법적 대상이 된다는 것은 부당하다. 판시 이유는, ▲ 화투를 소재로 한 해당 작품은 조영남의 고유한 아이디어였다. ▲ 대작 화가 송모씨 등은 조영남의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한 기술보조에 불과했다. ▲ 구매자들에게 조영남이 일일이 직접 다 그렸는지의 여부는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라고 볼 수 없다. ▲ 그림 구매자들은 구입 동기로 '아이디어의 참신함' '조영남의 이름값' '소장가치' 등을 진술했다. ▲ 일부 구매자는 조수 사용을 대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 미술사적으로도 조수가 제작을 보조하는 방식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조영남이 구매자들에게 송씨 등을 사용한 사실을 통보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검찰이 상고하였으나 2020년 6월 25일 대법원이 기각, 무죄가 확정되었다.
조영남의 작품을 많이 대하진 못했다. 1999년에 발표한 <극동에서 전해져 온 꽃다발> 이 있다. 화투를 타원형으로 붙이고 아래쪽에 선으로 각진 모양을 그렸다. 그의 말대로 화투라는 소재를 끌어들인 것이 신선하다. 화투에는 꽃이 그려져 있다. 화투가 꽃다발이 된 것도 이채로운 발상이다. 사회적 이슈도 포함하고 있다. 도박 공화국 대한민국에 대한 비판이다. 당시엔 서너 명 이상 모이고, 앉을 자리만 있으면 화투에 열중했다. 게임장, 도박장이 골목마다 가득한 것은 물론, 경마, 경륜, 경정, 복권 등은 공기업이 운영한다. 국가가 권장하고 국민이 참여한다. 게다가 증권, 부동산, 코인 등 각종 투기로 몸살을 앓는다. 땀 흘려 일하는 것보다 일확천금을 노린다. 빈부격차가 불러온 폐해란 주장도 있으나, 정신문화의 피폐에 서 온 것이다. 선량으로 나선 사람의 뒷모습을 보라. 그들이 빈곤에 허덕여서 투기하고 불법을 저지르는가?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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