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일제강점기 조성 동굴에서 발견된 여러 흔적들. (사진=임병안 기자) |
대전 중구 호동동굴은 지금도 많은 흔적이 보전된 곳이다. 착굴 때 무너지지 않도록 세웠을 나무기둥이 그대로 남아 있다. 동굴 벽면 바닥에 박힌 형태로 남은 나무기둥은 80여 년이 흘렀으나 햇빛에 노출되지 않은 덕분인지 뿌리 부분이 온전히 남아 있다.
또 나무기둥 옆에는 동굴 조성 때 쌓은 것으로 보이는 돌담도 있다. 나무기둥과 동굴 벽면 사이 남은 공간에 돌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또 동굴 입구에서 15m 안쪽 사람 무릎 높이쯤의 벽면에는 말발굽이 연상되는 흔적이 뚜렷이 남았는데 바위를 깰 때 사용하는 중장비 착암기를 걸친 흔적으로 여겨진다. 착암기의 발을 바위에 걸치고 벽을 거칠게 굴착하면서 눌리거나 깨진 흔적으로 추정되며, 보기에 따라서는 다이너마이트 설치를 위한 다지기 흔적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호동동굴 가장 안쪽에서는 손바닥 만한 너비에 무엇인가 타고 남은 재 같은 것이 있다. 굴착 당시 또는 6·25전쟁 피란 때 동굴 안 어둠을 밝히는 호롱불처럼 조명으로 쓰인 것으로 여겨진다. 석교동 동굴에서도 나무기둥은 남아 있지 않으나, 기둥을 세우는 목적으로 벽면을 다진 흔적이 동굴 곳곳에서 발견됐고, 동구 신상동 동굴에서도 어두운 동굴을 밝힐 때 호롱불을 받쳤을 자취가 나왔다.
대전 보문산 일원 일제강점기 동굴 위치도. |
광주시는 일제강점기 군시설로 추정되는 동굴이 잇달아 발견되면서 이에 대한 실태조사를 올해 시작할 예정이고, 가덕도·지심도를 비롯해 부산 경남지역에서도 전쟁 유산 보전을 위한 노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문화재 전문위원 등과 함께 대전에서 발견된 방공호를 찾아 현지조사를 계획하고 있다"라며 "전쟁유적 유무와 보존과 활용 필요성에 대해서도 현지조사 이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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