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이슈현장]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고용위기 처한 노동자들

  • 사회/교육
  • 사건/사고

[WHY이슈현장]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고용위기 처한 노동자들

2025년부터 노후발전소 폐쇄…1만 5000명 실직 추정
노동자, 정부의 고용대책 마련, 공공에너지전환 촉구

  • 승인 2024-04-04 17:27
  • 수정 2024-04-05 19:47
  • 신문게재 2024-04-05 8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석탄 화력 발전소
3월 30일 충남 태안에서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노동자행진 행사에 참여한 모습 (사진=충남노동자행진 제공)
지난해 전 세계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곳곳에서 터지는 기후재난에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재생에너지로의 산업전환은 필수불가결한 선택이 됐다.

하지만 '기후위기'에 앞서 '고용위기'에 처하게 된 이들이 있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정부의 탈석탄 정책에 따라 내년부터 충남을 비롯한 전국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28기가 폐쇄된다. 폐쇄 시 1만 명 이상의 발전소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부의 고용 보장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기후위기 시대, 노동자들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투쟁 중이다. <편집자 주>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되는 배경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석탄화력발전소가 꼽히지만, 우리나라가 쓰는 전기 중 35%는 석탄을 태워서 만들어낸다. 태양과 바람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비중은 7%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의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2020년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당시 30년 기준으로 전국의 28기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순차적으로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최근에 발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석탄발전의 발전량 비중을 2030년 19.7%, 2036년 14.4%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2036년까지 총 28기의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이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5년 말 태안 1, 2호기를 시작으로 매해 2~3개의 석탄발전소가 폐쇄되고, 지역은 충남과 경남에 집중돼 있다.

clip20240404104850
▲실직위기에 처한 발전소 노동자

발전노조 측에 따르면, 현재 폐쇄가 결정된 전국 석탄화력발전소에 근무 중인 노동자들은 약 2만 5000명으로 추산된다. 1만 명이 발전소 공기업 근로자, 1만 5000명이 발전소 민간 협력업체 노동자들이다. 앞서 발전소 노동자의 75%는 탄소중립을 위해 폐쇄에 동의했다. 단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이 조건이었다.

하지만, 폐쇄 시기가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정부의 일자리 대책은 노동자들을 외면한 수준이다.

산업전환에 따른 노동자 고용 안전을 위한 법률이 4월부터 시행되지만, 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 고용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법은 아니라고 말한다. 주된 지원은 교육과 일자리 소개뿐이다. 이 법 외에 현재 발전소 노동자들을 위한 고용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노동자들은 일자리 전환이 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최대 7930명 이상, 석탄화력발전소가 LNG 발전소로 전환되더라도 5000명 가까이 해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민간협력사들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더 위태롭다. 발전소가 폐쇄되면 협력사가 맡던 용역사업권이 없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이미 폐쇄 결정으로 신규로 들어오는 직원들이 없어 노동자들의 업무 과중도 심화되고 있다.

노후화력발전소 28기 중 충남에서만 14기가 폐쇄된다. 지역에서는 노동자들의 실직은 물론, 지역경제 침체, 인구감소 등의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제용순 발전노조 위원장은 "정부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대신 LNG 발전소를 같은 용량으로 허용해주겠다는 것"이라며 "정부에서 지어주는 것이 아닌 발전사 별로 각각 알아서 하라는 거다. 석탄화력발전소보다는 인원이 줄어도, 발전공기업은 공기업이니 잘 정의해서 가겠지만, 협력사들은 용역계약이 끝나면 다른 곳에 일감이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직원들을 해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clip20240404104953
3월 30일 충남 태안에서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노동자행진 행사에 참여한 모습 (사진=충남노동자행진 제공)
▲"노동자의 삶까지 중단될 수는 없다"

답답한 상황에 발전노동자들과 충청권 환경단체는 3월 30일 거리에 나왔다. 충남 태안 일대에서 노동자 행진을 하며, 발전소 운영은 중단돼도, 노동자의 삶까지 끝낼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

노동자들은 근본적인 고용보장 대책과 고용 승계 후 발전소 이전에 따른 근로자 주거 대책, 실직 근로자들의 대한 사후 추적관리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환경단체는 LNG 발전소 역시 탄소 중립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말한다. LNG 발전도 결국 화석연료에서 뽑아내는 가스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는 물과 바람, 태양 등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가장 크게 요구하는 것은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90% 이상은 민간 기업과 자본가가 소유하고 있다. 앞으로 재생에너지로 산업전환 시 공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이 사업을 독식하게 되면 기존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가 이뤄지지 않아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영화가 이어진다면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에 노동자들과 환경단체는 국가가 직접 대규모 재정투자를 해 재생에너지를 공적으로 개발, 소유, 운영하고 그곳에 일자리를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송순옥 대전충남녹색연합 공동대표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은 대부분 전부 민간기업을 후원하는 형태로 돼 있고, 결국은 에너지 민영화가 이뤄지고 있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며 "에너지 민영화가 이뤄지기 때문에 석탄발전소 노동자들이 갈 자리가 없어지는 거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LNG 발전소 전환 역시 완전히 국영기업이 하는 것으로 확정되지 않아 문제"라고 말했다.

폐쇄 지역 노동자와 주민들의 의견 수렴도 강조되고 있다. 송상표 충남노동자행진 공동대표는 "충남도에 노동자와 폐쇄 지역 주민을 지원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기금'이 있지만, 목적에 맞지 않는 내용으로 쓰일 때가 많다"며 "현재 폐쇄 지역에 민간협의체가 꾸려진 곳 중 노동자가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은 충남 태안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정부에서 강원도의 경우 탄광이 없어진 지역에 카지노 시설을 만들었지만,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떠나는 결과를 낳았다. 지역민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4 결산] 대전시 해묵은 현안해결 경제부흥 견인
  2. 대전시, 경제성장률 가파른 상승 "눈에 띄네"
  3. ‘거긴 주차장이 아니에요’
  4. "출산 회복 도움되기를"… 대덕구, 지역 최초 산모회복비 지원
  5. 즐거운 성탄절
  1. 대전시 청년부부 결혼장려금, 26일부터 지급
  2. ‘온누리에 축복을’
  3. 대전시 내년부터 참전유공자 명예수당 20만원 지급
  4. 2024년 하반기 대전 청년월세 본격 지급
  5. 유성구민이 뽑은 최고 뉴스는?… '방동 윤슬거리 개장'

헤드라인 뉴스


세종시, 2024 문화도시 영예… 한글 문화수도 노크

세종시, 2024 문화도시 영예… 한글 문화수도 노크

세종특별자치시가 26일 대한민국 문화도시로 최종 지정되면서, 한글 문화수도 도약의 기틀을 다질 수 있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세종시를 포함한 모두 13곳을 문화도시로 지정·발표했다. 광역자치단체로는 세종시가 유일하고, 충청권에선 충남 홍성군과 충북 충주시가 전국 12개 시·군 대열에 합류했다. 세종시는 '세계를 잇는 한글 문화도시'를 비전으로 국제한글비엔날레 등 한글을 상징하는 다양한 행사를 열어 중부권 대표 문화도시로 거듭난다는 계획을 낙점받았다. 문화도시는 기회특구와 교육자유특구 등과 함께 새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통한다..

AI 디지털 교과서 논란...전국 시도교육감 엇박자
AI 디지털 교과서 논란...전국 시도교육감 엇박자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명의의 건의문이 17개 시·도 간 입장 조율 없이 제출돼 일부 지역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12월 26일 이와 관련한 성명을 통해 "우리 교육청은 그동안 AI 디지털 교과서의 현장 도입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해왔다. 시범 운영을 거쳐 점진적으로 도입하자는 의견"이라며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찬성한다"란 입장으로 서두를 건넸다. 이어 12월 24일 교육감협의회 명의의 건의문이 지역 교육계와 협의 없이 국회에 제출된 사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맑은 날씨에 대전 해넘이·해돋이 둘다 볼 수 있다
맑은 날씨에 대전 해넘이·해돋이 둘다 볼 수 있다

12월 31일과 2025년 1월 1일 오전까지 대전은 대체로 맑은 날씨를 보여 올해 마지막 해넘이와 새해 첫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겠다. 기상청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연말연시 날씨 전망을 26일 발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1일 오전 주요 도시별 해돋이 시간은 독도 7시 26분, 부산 7시 32분, 대구 7시 36분, 제주 7시 38분, 강릉 7시 40분, 광주 7시 41분, 대전과 청주, 전주 7시 42분, 서울은 7시 47분께다. 이날 오전 충청권은 대체로 맑지만, 충남 서해안 주변 일부 지역은 구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 즐거운 성탄절 즐거운 성탄절

  • ‘거긴 주차장이 아니에요’ ‘거긴 주차장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