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혁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양자소재연구실 선임연구원 |
그런데 사물을 이용한 소리로 음악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음악 소리를 이용해 사물에 특이한 모양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바로 니젤 스텐포드(Nigel Stanford)의 'Cymatics'라는 곡이다. 유튜브에서 찾아보면 이들의 뮤직비디오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음악에 맞춰 고유한 모양을 만드는 6개의 각기 다른 물리 현상을 활용한다. 오늘은 그 중에서 인상 깊었던 두 가지, 루벤스 튜브(Rubens'tube)와 클라드니 도형(Chladni'figures)을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루벤스 튜브는 기다란 관에 일렬로 조그마한 구멍을 수십 개 뚫고, 인화성 가스를 한쪽 끝에서 공급하면서 작은 구멍을 통해 불을 붙이면 완성된다. 이러면 작은 구멍 위로 불기둥들이 만들어지는데, 이 불기둥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루벤스 튜브의 반대쪽 끝에 스피커를 연결해 소리를 전달하면 특정 지점에서 불기둥이 높게 솟구치거나 낮아진다. Cymatics에서는 이를 이용해 음악에 맞추어 불기둥이 춤추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편, 클라드니 도형은 사각형의 판 위에 적당한 양의 모래를 뿌려두고 판 밑에는 위아래로 진동하는 진동기를 장착한다. 음악을 이루는 소리의 진동수를 진동기가 전달하고 사각형 판은 이에 맞춰 진동한다. 판 위의 모래 알갱이들은 특정 음에 따라 진동하면 판의 어떤 위치에서는 벗어나려고 하고, 다른 어떤 위치에서는 모이려고 한다. 이런 지점들이 모여 클라드니 도형이라고 하는 여러 모양이 만들어지고, 음악에 따라 모양들이 변한다.
소리를 '보여주는' 이 두 가지 현상은 모두 정상파(定常波, Stationary wave)라는 물리 현상과 관련 있다. 소리는 공기의 진동에 의해 파동으로 전달된다. 이때 파동의 높이인 진폭은 진동의 세기, 파동의 횟수는 진동수를 의미한다. 정상파는 동일한 진폭과 진동수를 가진 두 파동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합쳐져 발생한다. 두 파동이 만나면 서로 겹쳐지면서 진폭이 최소 지점인 마디(node)와 최대 지점인 배(antinode)를 형성한다. 마디에서는 진폭이 없는 듯 마치 진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배에서는 진동이 가장 강하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정상파가 루벤스 튜브와 클라드니 도형과 어떻게 연관될까?
루벤스 튜브에는 인화성 가스가 흐르고 있고 한쪽 끝에서 소리가 전달된다. 만약 소리의 음파가 정상파 형성 조건에 부합한다면 진동의 세기가 강한 지점에서는 가스를 높이 밀어 올리고 진동의 세기가 약한 지점에서는 가스를 밀어올리지 못해 불기둥의 높이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 클라드니 도형도 동일한 원리로 사각형 판이 진동할 때 형성된 정상파로 모래 알갱이가 진동이 가장 강한 배 지점에서 진동이 거의 없는 마디로 이동하면서 판에 형성된 정상파 모양을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 곡은 정상파를 만들어 시각적 효과를 보여주는 것을 고려했기 때문에 곡 자체로만 본다면 음계가 풍성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청각적인 자극인 음악을 과학적인 원리를 활용해 시각적인 효과를 만들어 보여준다는 점에서 인상 깊어 독자들에게 소개해보았다. 손원혁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양자소재연구실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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