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댓글부대 포스터. |
영화는 인터넷 기술의 발전과 표현의 자유가 맞물려 민주화가 진전된 것처럼 여겨지는 우리 사회의 이면에 거대 조직의 개입과 여론 조작의 폐해가 얼마나 큰지를 폭로합니다. 여기에 댓글 조직은 정치권력과 자본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합니다. 영화는 물론 양대 거대 조직인 정부와 대기업의 역겨운 폭력을 고발하지만 그보다 더 집요하고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은 이러한 흐름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입니다. 그들이 보여주는 행태와 그에 대한 합리화, 변명, 욕망에 의해 이합집산하며 갈등하는 양상을 통해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어떻게 진실을 저버리고 거대 사회의 조작에 휘말릴 수 있는지 알게 합니다.
이 영화가 가장 심각해지는 대목은 임상진 기자의 취재를 통해 드러난 댓글 조직의 내용들이 허구일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의미심장한 독백을 합니다. 완전한 진실보다 흥미로운 것은 부분적 진실과 부분적 거짓이 섞여 있는 것인데 부분적으로 거짓일지라도 그 나머지 부분에 진실이 담겨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이는 어쩌면 이 작품에 대한 감독의 변명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영화는 허구의 산물이지만 그 안에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는 진실이 담겨 있다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진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회사, 사건 희생자, 제보자 어느 곳으로부터도 보호받거나 이해받지 못한 채 외롭게 서 있는 임상진 기자의 모습에서 1961년 작 <오발탄>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릅니다. 갈 곳을 몰라 헤매는 철호(김진규 분)를 통해 한국전쟁 직후의 혼란한 사회상을 보았다면 임상진을 통해 우리는 표현의 자유 속에 난무하는 언어의 난맥상과 진실의 향방에 의문을 던지게 됩니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