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은 3일 오전 2025년 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구체적인 증액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으며 예산 증액을 비롯해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선 등의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 예산을 편성하던 2023년 하반기 당초 예산안에서 5조 2000억 원을 삭감했다. 과학기술계 연구 과제비 나눠먹기 등 카르텔을 없애겠다는 명분이었다. 국회 심의 과정서 6000억 원가량이 증액돼 최종적으로 4조 6000억이 깎였다. R&D 예산 삭감은 33년 만이다. 과학기술계는 크게 반발했으며 실제 2024년 연구현장은 쑥대밭이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1년 만에 R&D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하자 과학기술계는 일단 환영하면서도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과기연전) 관계자는 "환영하면서도 총선용인지 아닌지 믿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기재부 장관이 하는 말이면 믿겠지만 그동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확실한 메시지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4·10 총선을 일주일가량 앞둔 가운데 구체적인 규모 없이 예산 확대 기조만 밝히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가 현장과 소통 없이 2024년 국가 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에 대해 자성하고 같은 상황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과학기술계 반응도 있었다.
문성모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연총) 회장은 "이제라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다시 되돌리려는 데 대해 환영한다"며 "그러나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명확하게 부정적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일을 막무가내로 진행한 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반성하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연구자들과 소통하고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명호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과기노조) 정책위원장은 "예산이 늘어나니까 문제가 있던 것들을 복원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같긴 하다. 지켜봐야겠지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가 중요할 것"이라면서 "한 번은 카르텔이라고 했다가 카르텔 문제가 해결됐는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늘린다고 하니 황당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4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절차를 위반한 것들이 있는데 재발하지 않도록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실제 문제가 있는 과제도 있을 테니 어떻게 할지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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