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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 석교동에서 발견된 일제강점기 동굴 모습. 10m 안쪽에서 오른쪽으로 90도 꺾인 형태이며, 조성목적 등은 확인되지 않는다. (사진=임병안 기자) |
3월 31일 대전 중구 석교동 이화경로당 인근의 산비탈에서 중도일보가 2023년 8월부터 진행한 동굴 탐사의 마지막 대상지를 찾아 조사가 이뤄졌다. 이곳은 지난해 한 차례 동굴 안을 관찰했으나 실측하거나 사진을 촬영할 수 없어 내부가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동굴 입구에 주택을 매입해 관리 중인 점유자가 이날 기자에게 공개한 석교동 동굴은 입구에서 10m까지 직선으로 파고든 뒤 오른쪽으로 90도 꺾인 독특한 형태로 확인됐다. 동굴 내 바위가 날카롭게 돌출돼 곡괭이 등으로 벽을 거칠게 깎은 흔적이 역력했고, 엄지손가락 크기의 화약 구멍이 천장부터 어깨높이까지 다양한 지점에서 관찰됐다. 벽면을 움푹하게 다듬은 흔적도 여러 곳에서 발견됐는데, 굴을 팔 때 천장이 무너지지 않도록 나무기둥을 받쳤을 것으로 짐작됐다. 동굴 입구부터 가장 안쪽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경사진 동굴처럼 여겨지나, 무너진 토사가 바닥에 쌓인 탓인지는 불분명하다. 동굴 가장 안쪽은 토사가 무너져 접근할 수 없는 상태로, 지금은 'ㄱ'자 형태이나 무너진 곳에서 'ㄷ'형태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방향을 꺾은 형태의 방공호 동굴은 화약이나 유류를 보관하기 위한 용도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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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사된 석교동 동굴은 오른쪽으로 90도 꺾이고 경사진 형태다. 관리인이 습기가 차지 않도록 환풍시설과 바닥포장 작업을 했다. (사진=임병안 기자) |
실태조사와 문헌연구가 전혀 없는 탓에 이러한 방공호가 대전에 얼마나 많았고, 어떻게 조성됐는지 규명되지 않고 있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연구위원은 "대전에서 지역 주민들이 동원되어서 만든 전쟁유산으로 대전의 역사라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라며 "일본군이 남긴 기록 문헌조사와 현장탐사 그리고 주민들의 증언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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