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행정운영의 비효율은 정책적으로 수정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간단치 않은 과제다. 전국을 어떻게 나누든 예를 하나 들어 선거구 재편, 더구나 중대선거구제 도입이라는 민감 사안이 기다린다. 역대 정부에서 논의가 도상 훈련으로 끝난 이유가 있다. 국회는 무관심했고 분절적 행정구역이 지방자치와 국가경영에 해롭다는 국민 공감대는 부족했다. 눈앞의 기득권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인구 실패는 지방 정책 실패의 다른 표현이다. 국토 재편과 공간 재구성 같은 거시적 관점이 아니라도 인구 소멸은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다. 현 지방자치제는 인구 증가를 전제한 것처럼 보이는데,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광역시 설치나 도농복합도시, 대도시 특례 부여 등이 그렇다. 관점을 달리하면 인구 감소에 맞춘 지방 행정체제 개편은 인구과소지역 줄이기처럼 될 개연성을 내포한다. '역동적이고 지속가능한 지방시대'가 자칫하면 시군통합, 도농통합의 변종처럼 흘러갈지 모른다. 주민 자율과 복리 증진이 된다는 보장이 없을 때가 더 문제다.
지방자치제도가 단지 행정체제에 머물러 있다면 그 원인이 인구만은 아니다. 주민, 구역, 자치권 기준에서는 인구과밀지역 역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회·문화·교육 인프라, 교부세 등 다양한 분야와 아울러 개편을 궁리하는 건 나쁘지 않지만 국가백년대계 틀 안에서 다뤄야 할 진중한 주제다. 기존 지자체 통폐합, 메가시티 등 다양한 현안과도 충돌하지 않아야 한다. 인구 감소에만 전적인 초점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인구가 중요하나 절대 기준은 아니다. 대응책을 찾는 동안에도 인구감소지역 지원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