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다. 제공=대통령실 |
‘숫자에 매몰될 일이 아니다’에서부터 ‘쇠귀에 경 읽기’, 심지어 탈당을 요구하거나 대국민사과와 내각 총사퇴까지 총선 패배감에 휩싸이면서 당정 갈등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1일 오전 대통령실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의사들이 갖는 독점적 권한에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이 포함돼있다”며 “독점적 권한을 무기로 의무는 내팽개친 채 국민의 생명을 인질로 잡고 불법 집단행동을 벌인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현재 매년 배출하는 의사 수가 영국은 1만1000명, 프랑스는 1만 명, 독일은 1만127명, 일본은 9384명으로, 우리나라의 3,058명보다 많다”며 “의사 1명이 너무 많은 환자를 진찰해 '3분 진료'라는 말까지 나오고 지역 종합병원과 지방의료원은 수억 원의 연봉을 제시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이고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며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나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대 정원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가 이제 와서 근거도 없이 350명, 500명, 1000명 등 중구난방으로 여러 숫자를 던지고 있고 지금보다 줄여야 한다는 으름장도 놓고 있다”며 “증원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의사협회는 복지부 장·차관 파면까지 요구하고, 심지어 총선에 개입하겠다며 정부를 위협하며 정권 퇴진을 운운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태는 대통령인 저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1일 부산 사상구 사상역 앞에서 김대식(부산 사상구)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부산 남구 남항시장에서 열린 유세현장에서 "다수 국민은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다만, 지금의 상황이 조속히 해결되는 것도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 증원은 국민 건강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면서도 "국민 건강에 직결된 문제라서 숫자에 매몰될 문제가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1일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원희룡 공동선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함운경 국힘 서울 마포을 후보는 "대국민 담화는 한마디로 쇠귀에 경 읽기"라며 "말로는 의료개혁이라고 하지만 국민의 생명권을 담보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의료개혁을 누가 동의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더 이상 윤 대통령께 기대할 바가 없다"며 "그렇게 행정과 관치의 논리에 집착할 것 같으면 거추장스러운 국민의힘 당원직을 이탈해 주길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탈당을 요구했다.
4·10 총선에 전북 전주시을 선거구로 출마한 국민의힘 정운천 후보가 1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 후보는 이날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0명이라는 수를 만고불변인 것처럼 고수하는 것은 국민의 눈에 불통의 이미지로 비친다"며 "의료 개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정 운영의 난맥상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내각 총사퇴까지도 고려한 쇄신의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윤희진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