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현 대전시 환경녹지국장 |
지난해에는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 블루에서 벗어나고픈 많은 주말 행락객들로 인해 산림 당국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산불감시망을 거미줄처럼 촘촘히 좁혀놓고 있었다. 하지만 산불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생하고 말았다. 대전이 아닌 금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대전 쪽으로 넘어온 것이었다. 매우 건조한 날씨로 인해 강한 바람을 타고 빠른 속도로 번지는 상황이었으며, 주말 행락객들이 장태산 인근에 많이 몰려 도로는 매우 혼잡했고 발화지점 부근에는 사회복지시설들이 많아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이날의 산불은 통계가 작성된 이래 대전시에서 발생한 최대규모의 산불이었다. 53시간 동안 무려 축구장 910개에 달하는 산림 646ha가 잿더미로 변해 버렸고 주민 900여 명이 대피해야 했던 안타까운 재난이었다. 다행히 발생 초기부터 통합 산불지휘체계가 가동되어 주민 대피와 요양시설 보호가 신속히 이루어졌으며 대전의 자랑이자 우리나라 산림문화의 자산인 장태산 메타세콰이어 숲을 지켜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단 한 건도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정말 다행스런 일이었다.
대형산불 발생 후 어느덧 1년이 지났다. 대전시는 올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산불감시망을 촘촘히 하고 있다. 산불위험이 높은 주말에는 공무원을 포함한 산불감시 인력 510명이 산불 취약지 곳곳을 감시하고 있고, 마을방송과 버스광고를 통한 시민홍보와 함께 드론을 통한 예찰 강화 등 다양한 산불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보문산에는 인공지능 기반의 첨단 산불감시 카메라를 설치하여 연기도 감지할 수 있어서 초동 대처능력을 향상 시켰다. 이와함께 산불발생시를 대비하여 일반공무원 350명을 대상으로 산불진화교육을 통해 시·구 공무원 진화대를 편성하였으며 일반 산불 진화차 보다 4배 이상을 담수할 수 있는 고성능의 산불 진화차를 배치해 산불진화 능력을 향상시켜 초동 진화체계를 고도화 할 계획이다. 예방 활동과 초동 대처능력 향상도 중요하지만 산불예방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경각심이다. 작년에는 산림청에서 산림보호법까지 개정하여 논·밭두렁 소각을 전면 금지 하였음에도 감시망이 소홀한 새벽과 밤늦은 시간에 여전히 소각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전시는 농업기술센터와 협업하여 영농 부산물을 사전에 파쇄하고 소각 행위의 위험성을 알리는 등 산불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산불이 난 자리에는 여전히 화마의 흔적이 남아있지만 봄을 맞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새잎이 돋아나고 있다. 대전시는 매년 4월 5일 식목일을 식목행사를 개최했던 것과 달리 올해에는 작년에 산불이 발생했던 4월 2일에 서구 산직동 일원에서 식목 행사를 개최하여 산불 피해 순간을 다시한번 기억하는 계기를 마련코자 한다. 나무를 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숲을 가꾸고 보호하는 것이다. 산불의 아픈 경험에서 보았듯이 한순간의 부주의가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재앙을 불러온다. 산불로부터 숲을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지금 우리 모두가 산불의 파수꾼으로서 산불감시원의 자세로 산불예방에 관심을 갖고 아름다운 자연 유산을 우리 후손에게 온전히 물려주도록 많은 관심을 갖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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