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왕도정치와 팬덤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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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왕도정치와 팬덤정치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4-03-2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학창시절 동양철학 시간에 맹자의 왕도정치에 대해 한 학기 동안 공부한 적이 있다. 지도 교수께서 무슨 의도로 그 내용을 선택했는지 알 수 없으나 퍽 흥미진진했다. 왕을 지도자로 바꾸어, 지도자 덕목에 대해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무슨 거창한 지도자가 될 꿈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두 사람 이상이 모이면 지도자가 있기 마련 아닌가? 몇 가지 기억하기에, 지도자는 자신의 이로움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의(仁義)를 실천하는 자이다. 너나없이 이익만 구한다면 조직이 위태로워진다. 조직원의 안정과 인간다운 삶이 최우선이다. 친절함과 공정함으로 어진마음 일깨워, 화목한 도덕사회 구현, 인류의 바람직한 질서 확립에 방점을 두었다. 구성원의 눈으로 하늘을 보고, 소리와 마음을 통해 천명을 아는 것이다. 그것이 왕도라 했다. 경계해야 될 것은 조직원을 도외시하거나 고통을 주는 일이요, 교묘히 권한과 이익을 독점 하는 것이다. 곧 농단이며 그를 패도라 한다. 인의를 해하는 자는 지도자가 아니고 도적이라 했다.

명목상 인정을 내세우며 힘에 의존하는 것 또한 패도이다. 무릇 권력이라 함은 공인된 권리와 힘이다. 그것으로 타인을 복종시키거나 통제한다. 그러나 힘에 의한 복종은 복종이 아니다. 훗날 화가 된다. 이 또한 패도임을 알아야 한다.

혹여,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스스로 경계하시라. 마음대로 하려는 것이 이상이어야지 권력이 되면 아니함만 못하다. 혼자만 어려워지면 다행이지만, 함께하는 모두가 불행해지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패도는 우민화다. 우민화 정책의 사전적 의미는, 지배층이 장기간 안정적 권력 유지를 위해 조직원의 정치 비판력이나 관심을 없애려는 것이다. 정치적 무관심과 정치혐오를 조장하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일고 있는 팬덤정치도 그에 포함된다는 생각이다. 모든 지성을 불사르는 것 같다. 이유도 없고 맹목적적이다. 소통도 없다.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 일인가?



기원전 221년 대륙을 통일한 진시황은 전면적 통일 작업을 시도한다. 제도적 완비는 물론 정치경제 등 모든 영역을 망라했다. 욕심이 지나쳐 문화와 사상까지 이를 적용하려 한다. 여타 사상의 영향력을 약화하고, 법가로 통일시키고자 노력한다. 기원전 213년 진나라 사서외의 고전 문헌, 제자백가의 서적을 모두 불살랐다. 기원전 212년에는 불로장생에 매달리는 자신을 비난한 방사, 유학자 460명을 잡아들여 생매장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분서갱유다.

훗날에도 이어져, 안토니우 드 올리베이라 살라자르 같은 사람은 "먹물들이 많아지면 독재정권 유지가 힘들다."며 중고등 교육을 등한시했다. 캄보디아 사회주의 정권의 폴 포트는 지식인은 물론, 성직자, 소수민족, 심지어 안경 착용자, 손에 굳은살이 없는 사람, 피부가 햇볕에 타지 않은 사람까지 집단학살하였다. 아돌프 히틀러는 로마 제국의 정책을 인용, 인민을 다스리는 방법은, 빵과 서커스만 있으면 된다고 하였다. 스포츠산업, 문화산업이 이용되기도 한다. 파울 요제프 괴벨스는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선전의 가장 큰 적은 '지식인 주의'이다." 스탈린을 비롯한 많은 독재자가 교육을 터부시 했다. 침략자 일본 역시 조선교육령으로 고등교육을 제공하지 않았다. 탈레반을 비롯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문맹 퇴치 운동, 초등교육 보급 및 여성 복식의 자유를 적극 반대하고 있다.

중국의 마오쩌둥은 문화대혁명과 대약진운동으로 반지성주의를 보여줬다. 대약진 운동의 공식명칭은 제2차 5개년 계획이다. 무모한 계획이란 충언이 있었지만, 엄청난 권력으로 자아도취에 빠져 오히려 자아비판 시키거나 무시했다. 그 결과, 경제성장 도모한다고 한 것이 5천만 명이란 아사자를 냈다. 문화대혁명에서는 홍위병을 동원하여 수많은 문화재 파괴와 지식인 계급의 탄압 및 살해가 있었다.

천 수백 년 전에 밝힌 바른 정치가 구현되지 못하고, 패도 정치가 자행되고 있는 것은 왜일까? 인류 지성이 제자리걸음 내지는 퇴보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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