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투약 동영상·주사기 확보하고도 1심 무죄…영장 없이 증거수집

휴대전화에서 마약 투약 동영상이 확인되고 이삿짐에서 주사기 41개를 압수해 소변 간이검사에서도 양성으로 나온 마약사건 피고인에게 1심 범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이 피의자의 휴대폰과 이삿짐에서 증거를 수집할 때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없이 위법한 절차로 진행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최석진 부장판사)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 씨와 마약을 전달한 B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A 씨는 2023년 5월 16일과 17일 자택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바 있다. 6월 3일에는 A 씨가 마약 판매자로부터 서울, 수원 등 수도권에서만 마약을 매수할 수 있다는 말을 듣자, B 씨에게 연락해 수거해달라고 부탁했고, B 씨는 이를 승낙했다. 다음날인 4일, B 씨는 판매자가 지정한 장소인 서울 용산구 모 아파트 3층에 있는 전화 단자함 안에서 마약이 담긴 카트리지 1개를 찾아, 같은 날 오후 8시께 A 씨에게 건네줬다.

같은 해 8월, 개인택시에 탑승한 A 씨가 휴대전화를 놓고 내려 택시기사가 파출소에 습득물 신고를 했다.

이후 경찰이 휴대전화를 통해 소유자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마약 구매 정황과 마약 구매 의심 대화 내역, 투약 영상 등을 발견해 A 씨와 함께 B 씨를 체포했다. 이후 소변 마약류 간이시약검사에서 두 사람 모두 양성 판정이 나왔다.

하지만,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어 재판부는 A 씨와 B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이 A 씨의 휴대전화를 통해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A 씨 변호인은 "피고인이 마약을 매수하고 투약·사용한 사실은 있으나, 공소사실에 관한 증거들은 영장주의 및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해 수집된 위법수집증거로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범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을 확인했다면 즉시 추가 열람을 중지하고 이에 관해 검사에게 신청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할 것 임에도,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임의제출 형식을 이용해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판결 이후 검찰은 항소장을 제출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