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골판지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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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골판지의 변신

김병윤 대전대 전 디자인아트대학장

  • 승인 2024-03-28 17:11
  • 신문게재 2024-03-29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병윤 전 대전대 디자인아트대학장
김병윤 대전대 전 디자인아트대학장
거리를 지나다 보면 허름한 손수레에 재활용 포장 상자를 수북하게 싣고 힘들게 수레를 끌고 가는 나이가 많은 분들의 모습을 보며 늘 안된 생각에 무슨 방도가 없을까 걱정스러운 고민을 할 때가 많다. 수거 방식에 대해서는 좀 더 다각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일찍이 일본의 한 건축가가 종이 건축을 제안했을 때 반신반의하며 많은 시선이 주어졌었다. 골판지는 이미 종이가 지닌 제한을 무한하게 극복한 재능있는 재료지만 대부분은 포장 용기로 사용되고 있고 물에 약한 소재의 약점으로 인해 건축재로는 엄두도 못 내었었다. 다만 내부재로는 다양하게 등장하고 장식재로 발전하고는 있다. 이 골판지 종이가 지닌 능력을 무한대로 끌어올리고 사고의 전환을 가져온 일본 건축가는 '시게루 반'으로 그는 종이의 기능을 최대한 잘 이용해 구조적으로나 내구성 면에서 일상의 건축재와 견줄 그런 대안을 제시했고 이미 오래전에 건축을 실행해서 찬사를 받았었다. 특히 그가 제안한 난민 피난처의 건축재로 잘 활용되었듯이 아주 이렇게 연약한 종이가 뭉치면 그리고 건축의 지능적인 구조적 성향을 반영하면 그 단단함으로 탱크의 무게도 견디고 천둥 번개도 견디는 엄청난 괴력의 소재로 바뀐다. 영국의 유명 건축가이며 하이테크 시대에 디자인과 기술을 접목하여 최고의 건축가로 지금까지의 건축을 이끄는 '노먼 포스터'는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을 융합하여 건축의 지능을 최대한 높인 건축가라 할 수 있다. 모두가 공장이란 건축을 그냥 공장건축으로 간과하고 있을 때 그는 영국 스윈든에 르노 자동차공장을 설계하며 최초의 하이테크건축을 공장건축에 시도했다. 들판을 수놓은 노란 우산의 미적 감각이 발휘되어 무감각한 건축을 초 감각적인 기술로 장관을 이룬 것이다.

이런 소재와 건축의 내용을 설명할 부분이 많지만 여기선 간단하게 구조와 건축미를 더한 재해석으로 이루어진 조금은 복잡한 기계미학적 측면을 지닌 결과라 가볍게 설명할 수 있다. 런던 시내에 거킨 (작은 오이)이란 별명을 지닌 스위스리 보험사 사옥도 한 예이며 그 독특한 외형도 외형이지만 그보다는 매우 효율적인 친환경 에너지 효율을 고려한 기술화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미 홍콩의 상하이뱅크 건축에서 대나무를 공사용 비계로 사용한 첨단 하이테크건축으로도 남다른 유명세가 대단했었다. 그는 이상을 현상에서 늘 찾아 평범함으로부터 매우 독창적이며 인상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는 건축의 갖은 미사여구를 제하고 오로지 건축은 짓는 기술이라 표현한 순수함을 지닌 현대건축가의 표상이라 할 것이다. 아주 연약한 종이를 통해 매우 즐겁기까지 한 결과를 만든 예가 또 있다. 우리와 가까운 대만은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일찍이 포르투칼인 들이 아름답다는 뜻의 포모사(Formosa)랜드로도 불린다. 관광지로 많이 찾는 이 대만의 경우도 자전거 인구가 상당한데 철제를 이용한 거치대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를 바꾼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가 등장했다. 골판지 튜브를 이용한 멋진 거치대가 등장했으며 노란 튜브가 지그재그로 자유롭게 확장되어 안전하고 편하게 자전거를 쉽게 보관하도록 고안된 것이다. 노란 튜브가 화사해서 거리의 모습이 한결 밝아지고 즐겁기까지 한 디자인이 장점이고 소재가 철제가 아니라 가벼운 종이 재질이라 부담 없고 편한 것이 특징이라 할 것이다. 시게루 반의 골판지 건축이 놀람을 자아냈듯이 대만의 골판지 자전거거치대 역시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되었으며 평범함의 기술이 가져온 대 변신인 것이다. 우리에겐 종이박물관이 지역에 있긴 하지만 놀람을 주는 외형에만 치중하지 않고 늘 대하는 것들의 소중함을 통해 편하고 가벼운 변화를 불러오는 발상의 전환은 우리 생활의 모든 곳에 다 통하는 소박한 행복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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