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된 28일. 각 당의 대표 주자의 행선지는 역시나 서울 수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각 당 갈무리. |
국내 정치 '현실'이 여전히 거대 수도권에 갇혀 있고,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란 '이상'은 뒷전에 밀려나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더욱이 한동훈 위원장의 28일 세종시 첫 방문 일정은 물밑 협의 끝에 성사되지 못했다. 그는 앞서 27일 여의도 당사에서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을 공표한 데 이어, 28일 세종의사당 예정지까지 세몰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됐다.
결국 이날 오후 2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국힘의 충청권 필승 결의대회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있고, 국회 세종의사당은 충청권 만의 현안으로 또 다시 전락하고 있다.
국힘의 한 관계자는 "정진석 의원을 중심으로 한 위원장 측과 일정 조율을 했으나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금주 말이나 다음 주 중 한 위원장의 세종시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과 새로운미래, 행정수도 시민단체의 연이은 비판이 단순한 정치 공세가 아니었음을 스스로 입증한 꼴이 되면서, '세종시=행정수도'로 가는 길이 험로임을 다시 보여줬다.
한 위원장이 '국회 이전' 발언의 진정성을 얻고자 했다면, 28일 세종시에 잠시라도 들리는 게 맞았다. 선거운동 첫 날이라 부담이 컸다면, 어제의 기자회견 거점을 여의도가 아닌 세종으로 잡았어야 했다. 전날 그의 발언은 메인 메뉴(서울시 개발론)에 양념(국회 세종의사당)을 살짝 뿌린 상태로 남게 됐다. 국힘은 이번 선택으로 인해 '행정수도 가치' 선점 경쟁에서 민주당에 우위를 보이기 어려워졌다.
이재명 대표 역시 한 위원장 발언을 비판만 했을 뿐, 실질적인 실행안을 내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 역시 이날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인 충청권 대신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과 거대 수도권 표심으로 향했다.
이 대표는 27일 한 위원장의 국회 이전 주장에 대해 "이미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으면서 '선거에 이기면 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대통령 선거 때 여·야 모두가 공약해 그 일(국회 세종시 이전)은 이미 진행 중"이란 수사만 던졌다.
2020년 총선에서 과반 이상의 의석수를 확보하고도 '노무현의 꿈'을 얼마나 실현했는지에 대한 성찰은 없었다. 더욱이 민주당은 '행정수도 이전'을 말로만 던져 사회적 부작용을 키운 전력이 있다. 윤석열·이재명 대통령 후보 모두 2022년 대선 당시 '국회 전체 이전'이란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적도 없다. 세종의사당 건립만 약속했을 뿐이다.
'청와대와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을 바탕에 둔 행정수도 완성의 꿈. 진정 누가 현실화할 것인가. 국민들은 4.10 총선을 통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쓸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세종=이희택 기자 press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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