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우리가 발자취를 남겨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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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우리가 발자취를 남겨야 하는 이유

김민주 세종 반곡중학교 주무관

  • 승인 2024-03-29 23:20
  • 신문게재 2024-03-29 18면
  • 김덕기 기자김덕기 기자
교단일기
김민주 주무관(반곡중학교)
스마트폰에는 각자가 기억하고자 하는 사진, 영상, 짤막한 메모 등이 가득 담겨있다. 마찬가지로 학교의 기록물실에는 교육활동의 추억이 빼곡히 보관되어 있다. 이곳은 흔히 '문서고'라고 불리지만 지루한 공문서 외에도 시험지, 생활기록부, 졸업앨범을 비롯한 오랜 사진들이 남아있다. 학교는 왜 그 많은 기록물을 보관하고 있을까?

작년 세종교육청의 9급 공무원 일부는 '기록물9급대'라는 팀을 이뤄 기록관리 테마연수를 기획했다. 테마연수의 첫 견학지는 개교 70주년이 넘은 금호중학교. 신설학교가 많은 세종시에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역사적 공간이다. 2018년에 이전되며 지어진 신축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1950년대의 흑백사진과 마주했다. 수십 년의 기록이 보관된 깔끔한 문서고와 더불어 신축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역사성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기록물9급대'의 또다른 연수지는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의 전망대에서 훤히 보이는 광화문과 경복궁이 인상적인 곳이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 3층에 오르면 우리가 주목하는 특별한 전시실인 기증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1960년대에 사용된 학생증, 명찰, 우표, 명함 등을 기증받아 전시하고 있다. 기증관이 특별한 이유는 기증품뿐만 아니라 기증자와 기증의 중요성까지 함께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증자 인터뷰 영상이 마련된 '기증자료관'에는 어떤 벅찬 감동 또한 느끼게 한다.

어떤 이는 이곳에서 옛 추억을 떠올리고 어떤 이는 경험하지 못한 시대를 상상한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모인 개인의 역사가 한 세대의 역사가 된다. 그 역사는 과거와 현재를 잇고 세대를 통합한다.



보존은 잘 보호하여 남긴다는 의미에서 보관과는 다른 깊이를 가진다.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변화를 마주해야 할 때 우리는 낯섦을 느낀다.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은 수많은 고민과 창의력을 수반한다. 그 과정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두렵기도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잘 관리된 기록물에서 고민의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다.

최근 세종시교육청은 환경교육계획을 수립했다. 기후위기 변화에 대응하는 전세계적 흐름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교육청의 정책에 발맞추어 학교에서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다 함께 자원순환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재사용이 가능한 옷가지나 텀블러 등을 집단으로 수거하여 재분배하는 캠페인이다. 새롭게 시도하는 환경운동이기 때문에 학교 구성원들은 다소 낯설게 느낄 수 있지만 이 또한 우리는 문서고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수십 년 넘는 환경교육의 역사가 학교 문서고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름은 다르지만 생태교육, 기후 위기 대응, 탄소 중립 실현 등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들을 우리는 이미 잘 교육해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사례를 보았을 때 기록을 보존하는 것은 그 시대를 보존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세종시교육청은 매년 더 나은 교육환경 구축하고 더 나은 교육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누구나 그렇듯, 기존과는 다른 길을 마주하면 한 발 내딛는 것이 두려울 수 있다. 그럴 땐 잠시 멈추고 걸어온 길을 바라보자. 그 길은 성공의 추억일 수도 있고 실패의 흔적일 수도 있다. 이 역사를 소중히 남기는 것, 다시 말해 기록물을 보존하는 것은 곧 지나온 길을 잘 닦아놓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발자취를 남겨야 하는 이유이다. 새로운 미래교육의 문을 열어야 할 때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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