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교육적 시각으로 외국인 유학생을 바라봐야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교육적 시각으로 외국인 유학생을 바라봐야

  • 승인 2024-03-26 15:54
  • 신문게재 2024-03-27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김욱 배재대학교 총장
김욱 배재대 총장
위기를 맞이한 한국 대학의 희망을 외국인 유학생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 인구 절벽으로 대학 입학 자원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한국 사립대학들이 미래의 생존 전략으로 평생 교육과 함께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설정하고 있다.

평생 교육 인구가 기대처럼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는 반면, 코로나 이후 국내 대학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유학생의 수의 증가 속도는 매우 빠르다.

최근 외국인 유학생의 급증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은 단연코 베트남 학생들이다. 한때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던 중국 유학생의 수가 안정화되고 있는 반면, 베트남 유학생의 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필자도 최근 베트남을 방문하고 돌아왔는데, 베트남에서의 한국 문화에 대한 인기와 한국 유학 열풍은 매우 뜨거웠다.



이러한 외국인 유학생 수의 급증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국내 노동인력의 부족 현상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도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 후 국내에 정주하면서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베트남을 포함해 동남아 국가에서의 한국 유학 열풍, 한국 대학의 입학 자원 부족, 한국 노동 시장에서의 인력난, 이 세 가지 맞아 떨어지면서 외국인 유학생과 외국인 노동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외국인 유학생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각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을 단지 돈벌이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이들에 대한 교육에 신경 쓰기보다는 유치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유학생 시장에서 지나친 경쟁과 이로 인해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당장 입학생 충원이 어렵다보니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외국인 유학생을 돈벌이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은 장기적으로 매우 위험하다.

대학은 누가 뭐라고 해도 교육기관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와는 존재의 이유부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만 열을 올리고 그들에 대한 교육 환경 개선과 투자에 힘을 쏟지 않는다면 이는 고스란히 한국 대학의 평판 저하 및 몰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유학생도 소중한 교육의 대상이다. 따라서 외국인 유학생의 급증에 발맞춰, 한국어 교육 및 한국문화 교육의 질 향상,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관리 및 지원 체계 강화, 기숙사 등 편의시설의 확충 등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많은 지방 사립대학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외국인 기숙사 마련 등 대규모 시설 투자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한국의 발전 과정에서 많은 해외 유학생들이 크게 기여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의 발전 과정에서 한국에서 유학한 학생들이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실제로 1990년대 배재대에서 수학한 많은 베트남 학생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현재 교수, 사업가 등이 돼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하노이에서는 동문회까지 결성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을 단지 돈벌이의 대상으로 봐서는 안 된다. 이들을 국내 학생과 똑같이 소중한 교육의 대상, 미래 한국의 필요한 노동인력, 그리고 나아가 앞으로 고국의 발전에 기여할 인재로 봐야만 한다.

이러한 '교육적인' 시각을 견지해야만 한국 대학이 교육기관으로서의 명분을 유지할 수 있으며, 나아가 국제적인 평판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명분과 평판이 장기적으로는 한국 대학의 생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김욱 배재대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결국 '결별'…대전 둔산2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두 곳 출범
  2. 세종 집값 1년 9개월만 최대 상승폭 기록… 대전 풍선효과 수혜 볼까
  3. 한국행정학회, '세종시=행정수도' 지위 확보 방안 찾는다
  4. 세종 교사노조-시의회, 교육 환경 개선 나선다
  5. 종촌종합복지관, 웃음과 나눔이 함께한 '웃기는 경매' 개최
  1. 한국중부발전 세종본부, 저소득 아동에 문화상품권 기부
  2. 30살 맞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평등과 자치 한길"
  3. 황웅환, 세종YMCA 제7대 이사장 취임
  4. 대전 서구, 장애인 평생학습 활성화 위한 협약 체결
  5. 천안시장 권한대행 김석필 부시장, “행정 공백 최소화 집중”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광역철도 1단계 사업 정상궤도 진입 가능할까

충청권광역철도 1단계 사업 정상궤도 진입 가능할까

수년째 출발선에 서지 못하고 있는 충청권광역철도 1단계(신탄진~계룡)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사비 증가로 사업이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부가 협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24일 대전시와 국가철도공단 등에 따르면 국가철도공단은 충청권광역철도 1단계 사업과 관련해 후속 공정을 추가한 총사업비를 두고 기재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충청권 광역철도 1단계 사업은 당초 2023년 말 착공 예정이었으나, 지장물 이설 공사비 증가에 설계적정성 검토를 다시 받으면서 사업 기간이 늘어졌다. 여기에 최근에 신규..

세종 집값 1년 9개월만 최대 상승폭 기록… 대전 풍선효과 수혜 볼까
세종 집값 1년 9개월만 최대 상승폭 기록… 대전 풍선효과 수혜 볼까

대통령실 이전 기대감에 세종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1년 5개월여 동안 30~40%가량 하락했던 세종시 집값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며 이전 수준까지 회복할지 주목된다. 여기에 세종시와 인접한 대전 등 지역이 '풍선효과' 수혜를 받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24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4월 셋째 주(21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세종 아파트 매매가격은 0.23% 상승해 전주(0.04%) 대비 무려 6배 가까운 급등세를 보였다. 2023년 11월 20일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세종 집값은 지난주 70주..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 국보 지정… 28년 만에 괘불 국보 추가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 국보 지정… 28년 만에 괘불 국보 추가

우리나라 괘불도 양식의 시초로 평가받는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가 국보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은 조선 후기 불화인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를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지정했다고 24일 밝혔다. '괘불도(掛佛圖)'는 사찰에서 야외 의식을 할 때 거는 대형 불화로, 조선 후기부터 본격적으로 제작됐다. 현재 전국에 약 120여 점이 전하며, 이 가운데 국보 7점, 보물 55점이 포함돼 있다. 이번 국보 지정은 1997년 7점의 괘불이 동시에 지정된 이후 약 30년 만이다. 국가유산청은 "화기(畵記) 등 기록을 통해 제작자와 제작..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유류세 인하 폭 축소에 5월부터 기름값 오름세 유류세 인하 폭 축소에 5월부터 기름값 오름세

  • ‘프란치스코 교황이 탑승했던 카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탑승했던 카트입니다’

  • 옷가게는 벌써 여름준비 옷가게는 벌써 여름준비

  • 책 읽기에 빠진 어린이들 책 읽기에 빠진 어린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