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덕 대전지방법원장이 소액 장기미제사건을 전담하는 민사4단독 재판장을 맡아 심리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25일 오후 3시 대전지방법원 312호 법정에서는 2020년 시작돼 4년째 결론이 나지 않은 공사대금 반환 등 2000만 원 미만의 소액사건 23건이 차례로 진행됐다. 판사의 화해권고를 3번이나 거부한 하자대금 소송부터 모욕죄와 협박죄가 성립되지 않은 사건에 민사적 책임을 다투는 소송까지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이면서 계약서 등의 명확한 증거가 부족해 신속히 판단 내리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날 장기미제사건 전담재판부의 재판장은 김용덕 대전지방법원장이었다. 김 법원장은 민사4단독 재판장을 맡아 3월 4일 첫 재판을 진행한 데 이어 3주 만에 두 번째 기일을 속행해 소액 장기미제사건 해소에 직접 나서고 있다. 대전지법 법관 94명이 원활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를 돕는 것에서 올해부터는 재판부를 직접 맡아 사건을 하나씩 심리해 선고까지 하고 있다. 김 법원장이 맡은 민사4단독에 소액사건 중 접수일이 가장 오래된 최장기 미제사건 60건이 배당됐다. 이 같은 법원장 재판부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취임 일성이었던 재판 지연 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 37개 법원에서 시행 중이다.
김용덕 대전지법원장은 "판사가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본분을 수행하는 것으로 장기미제사건을 직접 심리하고 판결함으로써 재판 지연을 해소하고자 한다"라며 "사실조회나 의료감정 등 외부기관과 협조가 이뤄져야 신속한 재판이 가능한 부분도 있어 함께 개선해나가겠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지식재산권 분쟁에 관한 전문법원인 특허법원에서도 진성철 특허법원장이 특별부 재판장을 맡아 루이비통 상표권 침해금지 등 소송의 항소심 사건을 심리했다. 특허법원의 신속하면서 전문성 있는 재판은 곧바로 지식재산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국민 전체의 경제활동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올 수 있다. 이에 따라 법원장이 특별부를 맡아 사안이 중대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건을 배당했다. 고객으로부터 받은 루이비통 가방 원단을 이용해 크기와 형태, 용도가 다른 가방과 지갑을 제작하는 행위가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는가를 심리했다. 오래된 명품의 원단을 재사용함으로써 친환경 소비문화로 긍정적인 면이 있는 만큼 폭넓게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과 상표권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반박이 엇갈렸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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