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26- 인절미의 고장 공주 그 찰진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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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26- 인절미의 고장 공주 그 찰진 맛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4-03-25 17:02
  • 신문게재 2024-03-26 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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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공주 산성동 우시장. (사진= 김영복 연구가)
공주하면 백제의 고도로 밤과 인절미가 연상될 만큼 유명한 역사문화관광도시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주 밤 못지않게 인절미는 비록 민간어원이지만 그 유래를 주장할 정도이다.

필자가 국민(초등)학교 3학년 때인 1956년 공주 산성동 제민천 뚝방 옆 미나리깡을 매립하여 만든 쇠전이라 불리던 우(牛)시장 인근에 허름한 가가(假家)들이 있어 그곳에 국밥은 물론 인절미를 팔았다.

1030년대 그 이전 공주는 보부상의 육로였던 '저산팔읍의 중요 도시였으며, 1956년 역시 호남고속도로 개통 전이라 공주는 전라도에서 서울로 오가는 교통 중심지였다. 당시 공주 쇠전은 전국 각지에서 몰고 온 소들을 거래하는 큰 시장이었다.



장날 쇠전에서 중개인이었던 큰 외당숙을 만나면 용돈을 쥐어 주었고, 필자는 쇠전 근처 가가(假家)의 인절미 집에 가서 인절미를 사먹던 기억이 난다.

특히 유년시절을 공주 읍내 본가가 아닌 우성면 귀산리 외갓집에서 자란 필자는 찰벼 농사를 지으면 외할머니가 찹쌀을 절구로 쪄 고물에 무친 인절미를 자주 해 주셨던 추억이 남아 있다.

식생활문화를 연구하는 필자는 잔치 때 외갓집 과방에서 나오는 각종 음식에 대한 인상 깊은 장면들의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2000년 일본 오사카에 한국의 전통음식에 대한 강의는 물론 2005년 한국음식을 알리려 안반과 떡메를 비행기에 싣고 미국 뉴욕으로 가 맨하탄에서 학생들과 '떡메치기'를 하기도 하고 '긴 인절미 만들기'퍼퍼먼스 등을 한 것이 알려져 매년 미국의 9개 도시를 다니며 한국 떡을 알리고 다녔다.

2018년에는 맨하탄 한국문화원에서 떡에 대한 강의를 했다. 찌는 문화 시루문화를 가진 우리의 떡의 역사는 삼국시대 그 이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시대 까지 고 조리서(古 調理書) 속에 나오는 떡의 종류는 198가지에 이르며, 떡을 만드는데 들어간 재료도 95가지나 된다.

1827~1902 년 사이에 행해진 조선 왕조의 『진연의궤(進宴儀軌)』, 『진찬의궤(進饌儀軌)』, 『진작의궤(進爵儀軌)』 등 궁중 연회 기록에 나타난 떡의 종류는 53가지이며, 한 번의 연회에 차려진 떡의 종류는 13~26가지에 이른다. 떡 하나하나에 의미가 부여되어 있고, 스토리가 있다.

이렇듯 우리는 떡의 민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내 고향 공주가 인절미의 고장으로 알려 있어 감회가 새롭다.

전통설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호랑이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면서 뺏어 먹으려고 했던 떡이 바로 인절미다.

비록 민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지만 허겁지겁 강을 건너 양재역에 도착한 인조에게 유생 김이(金怡)가 팥죽을 올렸고, 인조가 말에 탄 채로 죽을 마셨다하여 '말죽거리'라는 지명을 얻게 되었다는 설과 함께 조선 전기의 어문학자 최세진(崔世珍:1468~1542년)이 1517년에 쓴 『사성통해(四聲通解)』에 '飯餠 今俗呼 인졀미'라는 말이 이미 나오는 것과는 관계없이 꽤 설득력 있는 설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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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사진= 김영복 연구가)
공주에서 구전으로 내려오는 인절미 유래는 이렇다.

'서기 1624년(인조2) 이괄(李适 1587~1624)의 난을 피하여 공산성에 온 조선 16대 인조(仁祖) 임금은 이곳에 서 있던 두 그루의 나무[雙樹] 밑에서 반란이 진압되기를 기다렸다. 그 때 공주시 우성면 목천리에 사는 임(任)씨가 콩고물에 무친 떡을 진상(進上)하였다. 왕은 시장한 참에 연거푸 몇 개를 먹고 나서, 떡 이름이 무어냐고 물었다. 그러나 떡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왕은 맛있는 떡을 임씨가 진상하였다는 말을 듣고, "그 맛이 빼어나 '절미(絶味, 뛰어난 맛)'이니, '임절미(任絶味)'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세월이 지나면서 '임절미'는 발음하기 편하게 '인절미'로 바뀌고, 공주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져서 '공주 떡'이 되었다. 고 한다.'

광정에서 우성면을 거쳐야 금강나루 까지 올 수 있다. 어쩌면 이 행차는 '인조의 인절미행차'라는 문화 이벤트가 가능한 공주의 훌륭한 자산이 될 것이다.

공주시에서는 '사백년 인절미 축제위원회'를 구성하여 2024 사백년 인절미 축제를 공주시 산성시장 문화공원에서 3월23일부터 24일까지 '떡메치기''축하공연''인절미 시식회'등이 다채롭게 전개된다.

특히 산성시장 라디오방송국에서는 '제5회 사백년 인절미 토크콘서트'가 방송된다.

떡 타령을 흥얼거리며 인절미 잔치가 열리는 공주를 향한다. "이치저치 시루떡 늘어졌다 가래떡 오색가지 기자떡 쿵쿵쳤다 인절미 수절과부 정절편 올기쫄기 송기떡 도리납짝 송편떡", "얼기설기는 무시루요, 두귀가 번쩍은 송편이며, 네귀 번듯은 인절미며, 빈들빈들 빈대떡이요 도장을 맞았다 절편이야"

공주 '인절미'는 여늬 지역에서 만드는 '인절미'와 달리 옛날에는 우리의 토종 벼인 '돼지찰벼'로 만들었다.

물론 1913년 발행된『조선도품종일람(朝鮮稻品種一覽)』에서는, 저나(猪, 돼지찰벼)가 수집된 지역으로 강원, 경기, 경남, 경북, 전남, 전북, 충남, 충북, 평북, 황해도 등 80여 개 군으로, 당시 벼농사가 가능한 웬만한 지역은 거의 다 '돼지찰벼'벼가 재배된 것을 볼 수 있고, 이명으로 돈나(豚)로 기록하기도 했다. 이름은 같지만, 특성은 서로 다른 것이었다.

공주에서 재배되는 토종 '돼지찰벼'는 우수성이 인정되어 비영리 국제기구인 슬로푸드국제본부가 진행하는 '맛의 방주(Ark of Taste) 목록에 등재하였다.

조선 후기 실학자 풍석(楓石) 서유구(徐有 1764~1845)와 이옥(李鈺:1760~1815)은 돼지찰벼를 한자로 저나(猪)와 저점(猪粘)으로 기록하였고 모두 까락이 있고 검은색이었다고 기록한다. 조선말에는 돼지를 머릿속에 떠올리면 검은색이 연상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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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찰벼. (사진= 김영복 연구가)
토종 '돼지찰벼'는 순 검정 색을 띤 찰벼로 물에 찬 논에 재배가 잘 되고, 성숙기가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중간에 속하는 중생종이다.

토종'돼지찰벼'는 벼까락이 검은색이어서 예전에는 '까마귀찰벼'라고 불렀다.

한편 저도(猪稻)라고도 불렀고, 흑돼지찰벼로도 불린다. 그러나 벼까락이 검은색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빨간색 분홍색 등도 있다.

벼의 식미를 평가할 때 호화도, 노화도를 검사하는데, 돼지찰벼는 두 가지 모두 우수하고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이 100%이며, 인절미를 만들면 냉동 보관 후 해동해서 먹어도 쫀득한 식감이 살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공주의 토종 '돼지찰벼'로 만든 인절미는 소화흡수가 빠르고 배가 든든하며 포만감이 오래 간다.

그래서 옛날에는 공주의 인절미를 토종 '돼지찰벼'로 만들어 여타 지역의 인절미와 차별화한 맛을 자랑했다고 한다.

떡을 했을 때 맛이 좋고 덜 굳고 강정을 만들면 고유한 전통의 맛이 살아있기 때문에 이 돼지찰벼만 찾는 분들은 있지만, 재배가 줄면서 요즘은 시장유통은 거의 안 되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이 찹쌀을 이용하여 전통주를 담갔을 때 술의 품질이 상당히 좋았다는 평도 있다.

우선 인절미 만드는 법을 소개하자면 '찹쌀을 깨끗이 씻어 2시간 정도 물에 담갔다가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뺀다.

물기가 빠진 찹쌀을 시루나 찜통에 안쳐 찌는데, 김이 한창 오를 때 묽은 소금물 1/2컵 정도를 훌훌 뿌리고 20분 정도 더 찐 다음 뜸을 푹 들인다.

안반에 베보자기를 펴놓고 그 위에 시루에 찐 찰밥을 쏟아 붓고 싸서 대강 으깬 다음 보자기를 벗기고 떡메로 친다.

요즈음은 찹쌀을 가루 내어 쪄서 만드는데 찰밥을 쪄서 만드는 것이 더 쫄깃하고 노화도 천천히 된다.

인절미는 떡메 또는 펀칭 횟수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펀칭횟수가 적으면 떡 맛이 좋고 소화가 잘되고, 펀칭횟수가 많으면 소화가 덜되지만 ,떡이 굳는 노화가 더디게 더된다.

떡이 뜨거울 때 고물을 묻힌다.

콩은 씻어 끓는 물에 잠깐 삶아 비린내를 제거하고 볶아 놓는다. 볶아놓은 콩을 여러 번 찧어 고운 체로 쳐서 콩고물을 만든다.

찧은 인절미를 손에 물을 발라 가며 가늘고 납작하게 만든 후 가로 4cm, 세로 2cm, 두께 0.8cm 정도 되게 썰어 갖가지 고물을 묻힌다.

인절미를 만들 때 찹쌀에 쑥이나 수리취 또는 대추를 넣어 쑥인절미, 수리취 인절미, 대추인절미를 만들기도 하고, 고물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맛이나 색이 달라 질 수 있는데, 콩가루나 참깨, 흑임자, 팥 등으로 고물을 묻히는 등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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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 인절미 축제 '인절미 만들기 체험관'. (사진= 김영복 연구가)
인절미는 한국형 전투식량의 프로토타입(ototype)이기도 하다. 일단 인절미는 굳히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고, 굳힌 떡을 불에 구우면 다시 말랑말랑해 져 옛날에는 먼 길을 떠나는 사람들이 인절미를 만들어 굳힌 후 봇짐에 넣고 다니다가 시장 끼가 돌면 가랑잎을 모아 불을 지핀 후 인절미를 구워 먹었다 하여 '나그네 떡'이라고도 했다.

굳은 인절미를 화로나 프라이팬에 구워도 다시 쫄깃하게 풀리고 겉은 바삭해지면서 맛이 배가 된다. 완전히 다른 별미가 되기 때문에 일부러 구워먹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이유로 2020년대 들어서 가정용 와플 메이커의 보급과 함께 그 인기가 급상승 중이기도 한데, 평소 떡을 잘 안 먹는 사람들은 물론이요 심지어는 외국인들도 일반 떡과는 다른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식감과 다양하게 올릴 수 있는 토핑 떡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정조지(鼎俎志),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는 "인절미 속에 엿을 한 치 길이만큼 꽂아 넣어 두고, 약한 불로 엿이 녹게 구워 아침으로 먹으라"했다.

조선 중기 의관(醫官)인 퇴사옹(退思翁) 양예수(楊禮壽, 1530~1597)의 『의림촬요(醫林撮要)』에 '밤에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의 치료 처방. 또한, 좋은 인절미〔純〕1조각을 가지고, 잠자리에 들 무렵 부드러워지도록 충분히 구워서 먹는다. 이때 따뜻한 술과 함께 복용하며, 술을 마시지 못하면 인삼탕(人蔘湯)〔人湯〕과 함께 복용한다. 많이 먹을수록 더 좋다. 오랫동안 앉아서 몸속에서 인절미가 소화될 때까지 기다린 후 곧바로 잠들면, 하룻밤에 십여 차례 소변보러 가던 것도 곧 그치게 된다'라고 나온다.

공주는 이러한 영향을 받아 유명 떡집들이 산성시장 및 중동 먹자골목 등 공주산성 상권 안에 20여 곳이 있다고 한다.

이 떡집들은 나름대로 독창성을 살려 다양한 떡들을 개발하여 공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좋은 호평을 듣고 있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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