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봉 작가 작품 활동 모습 |
전통주 백세주의 로고 글씨를 쓴 서예가가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축제에 간다.
17일 미술계에 따르면 충남 서산에서 작품 활동 중인 시몽(是夢) 황석봉(75) 작가가 다국적 작가예술공동체 '나인 드래곤 헤즈'(Nine Dragon Heads) 초청을 받아 4월 20일 개막하는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에 참여한다.
120년 장구한 역사와 그에 걸 맞는 명성을 지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제에 한국현대서예가로 초대되어 K-컬처의 위상을 널리 알릴 기회를 갖게 됐다.
11월 24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60주년 베니스 비엔날레 NDH 특별전'에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국내외 작가 35명이 참가할 예정이며 "N0MADIC PARTY'라는 주제로 품격있는 예술 올림픽의 장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번 다국적 예술공동체의 주제는 전통적 형식을 뛰어넘고 자유분방한 유목민의 다양한 모험과 실험 정신이 구현될 예정이다.
황석봉 작가 작품 색반야 공반야 |
특히 서예와 회화를 접목한 작품 '기(氣)Ⅰ'과 '기Ⅱ'를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일필휘지(一筆揮之)를 통해 기의 시간적 흐름과 무한한 공간적 확장성을 나타내는 작품들이다. '기Ⅰ'은 생명의 보고 갯벌을, '기Ⅱ'는 변화무쌍한 기의 운용을 각각 상징한다.
황 작가는 "그동안 여러 차례 세계적인 작가들과 함께 전시하고 비엔날레에도 참가했으나, 이번에 세계 최고의 무대에 초청돼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며 "꿈이 현실이 된 만큼 K-컬처가 세계로 확장하는 데 일조를 다 하겠다"고 말했다.
황석봉 작가 작 '꿈' |
서산시 성연면 예덕리에서 태어난 황 작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고관절 골수염으로 걷지 못하고 3년 동안 한문 공부를 하면서 투병생활을 하고, 그 후유증으로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했지만, 운명적으로 만난 서예와 전각, 그림은 그에게 세상과 소통의 창이며, 희망이고, 삶, 그 자체가 되었으며, 아버지가 모셔 온 선생님으로부터 한문과 글씨를 배우면서 서예에 입문했다.
1982∼1984년 최고 권위의 공모전인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3회 연속 서예 부문 특선을 했고, 최연소 초대작가가 됐고, 그 후 수십여 차레 서예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각종 기획전에 초대 됐으며, 2012년에는 대한민국 서예대전 국전심사위원장을 역임했다.
1984년 일본 도쿄 한국문화원 초대전에서는 일본 최고의 원로 서예가 야오야마 세우로부터 격찬을 받았고, 1988년 파리 초대전에서는 유럽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황 작가는 서예의 벽을 허물고 예술이라는 총체적 맥락 속에서 상통하는 가치를 얻어야 한다며, 1991년 서예의 대중화·예술화·세계화를 표방하는 한국현대서예협회를 결성했다.
이어 황 작가는 서구의 유명한 큐레이터를 초빙해 우리의 조형으로 그들을 설득한 뒤 그들로 하여금 우리 서예를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는 예술로 알리고, 후배와 제자들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시금석이 되기를 희망했다.
또한 그는 서예를 일반 조형예술의 범주로 확대 시켜야 함을 주장하며, 그러한 의지는 이듬해인 92서울국제현대서예전 기획에 참여 함으로써 실천됐으며, 1990년대 중반부터는 백세주의 로고 글씨를 쓰고 음료 아침햇살 그림과 청정원 맛 선생 그림 등을 그려 현대서예를 대중에게 알리기도 했다.
황석봉 작가가 쓴 백세주와 로고 글씨 |
서지학을 전공한 그는 그가 익힌 서화 이론을 바탕으로 동양 예술이 지향하는 시·서·화 일치의 문인화 정신을 견지하며 이를 현대 미술적 가치로 재해석해 내기 위해 몰두하고, 특히 서예와 전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그는,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현대적 가치에 일찍 눈을 떴다.
또한 화선지나 천이 아닌 대형 골판지에 갑골문으로 구성된 말의 질주를 표현한 서화 작품<질주>는 당시 그의 작품이 추구하던 실험성을 보여준 대표작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연유로 그는 미술계의 주목을 받으며, 광주비엔날레 등 유력한 전시회에 초대되어 현대 미술 작가들과 어깨를 겨루고 있다.
황석봉 작가 |
동아시아 서화계의 독보적인 작가로 인정받던 그는 2010년 중앙무대에서의 활동을 모두 내려놓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이듬해 서산시의 요청으로 지곡면 폐교를 새로 단장한 서산창작예술촌의 관장을 맡아 10여 년간 가로림만 뻘낙지 등을 소재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쳤다.
2022년 서산창작예술촌 관장을 내려놓은 그는 최근 해미면에서 작은 미술관을 열었다.
지인들은 '시몽과 함께하는 사람들 : 함께 좋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만들어 황 작가를 후원하고 있다.
한 회원은 "황 작가님이 최근 지독한 시련과 아픔으로 숱한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어둠 속을 끊임없이 방황했던 시간 들과 뼈끝으로 통정함이 느껴지는 시간이 있었다"며 "이제는 모든 것을 털어내고 분연히 일어서면서, 새로운 꿈과 희망으로 다시 한번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며 "한국을 넘어서 세계로 ,현재를 넘어서 미래로, 현실을 넘어서 끔의 영역으로 도약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황 작가가) 나이만 드셨을 뿐 아이디어와 열정을 빼면 도전으로 나아갈 현실적인 여력이 너무 부족하다"며 "후원이 없으면 도전은 동력을 잃고 꿈을 이루지 못할지도 모른다"며 "통상적인 거래를 넘어 후원과 상호교류의 장을 만들어 황석봉 작가님과 함께 따뜻하게 호흡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황석봉 작가는 후원자들에게 2∼3배 가치의 작품으로 보답할 계획이다.
그는 "고향 서산에 다시 둥지를 틀고 정착한 만큼 제 미술관이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분에게 사랑방 역할을 하도록 문을 활짝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서산=임붕순 기자 ibs9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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