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이름 되찾아준 검사… 절도피의자 25년만에 가족상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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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이름 되찾아준 검사… 절도피의자 25년만에 가족상봉까지

대전지검 인권보호부 실종선고 50대 구호
절도 피의자이면서 주민등록 말소된 노숙인
주민등록 회복 돕고 검사실서 가족상봉 화제

  • 승인 2024-03-24 16:24
  • 신문게재 2024-03-25 6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사진
대전지검 인권보호부 안태영 검사가 주민등록 말소된 A씨와 함께 주민센터를 방문해 가족관계등록부 회복 절차를 이행하고 있다.  (사진=대전지검 제공)
십수 년간 연락되지 않아 가족들조차 사망한 줄 알았던 50대가 절도 사건 피의자로 검찰에 송치됐다가 오히려 가족을 다시 만나고 말소된 주민등록도 되살려 화제다. 절도사건 수사를 맡은 검사가 가족들 재회를 돕고 법원에 실종선고 취소청구를 제기한 후 주민센터에 동행해 주민등록증 재발급까지 따뜻한 법치를 실천했다.

대전지방검찰청 인권보호부(부장검사 손진욱)는 절도사건 피의자로 송치된 50대 남성 A씨에게 직업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기소유예를 처분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23년 11월 대전 서구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의 범인으로 현장에서 체포돼 경찰 조사를 마치고 석방됐다. 해당 사건기록을 넘겨받은 대전지검 인권보호부 안태영 검사는 기록을 살피던 중 피의자 A씨가 사망자 신분으로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실을 알게 돼 이에 대한 경위를 파악했다. A씨는 1998년 12월께 가출해 최근까지 거리에서 노숙생활을 했고, 그의 가족들은 오랫동안 연락이 닿지 않는 그를 법원에 실종선고 심판을 청구해 2012년 11월 실종선고가 이뤄졌다. 법원의 실종선고는 당사자가 사망했을 것으로 믿어질 때 법원의 결정으로 주민등록 등을 말소하는 것을 말한다. 주민등록이 말소돼 휴대폰을 개통할 수 없고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지 못하며, 은행계좌를 개설할 수도 없는 등 자신의 이름과 신분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A씨는 자신이 사망으로 간주된 사실을 2~3년 전 알았으나, 실종선고를 취소하는 절차가 복잡해 손쓰지 못하고 있었다. 대전지검은 A씨를 검찰청에 출석시켜 면담하고 친누나에게 연락해 2월 26일 검사실에서 가족 상봉을 도왔다. 이번 만남은 가족과 연락 끊긴 지 25년만에 이뤄진 일이다.

검찰은 더 나아가 대전가정법원에 A씨에 대한 실종선고 취소심판을 청구해 이례적으로 청구 이틀 만에 법원으로부터 인용 결정을 받았다. 이로써 2012년부터 사망자 신분이었던 A씨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권리를 회복했고, 주민등록증을 다시 받고, 가족관계등록부에도 등재됐다. 수사를 담당한 안태영 검사가 A씨와 함께 대전 서구청 주민센터에 방문해 주민등록증 재발급 서류 작성을 돕고 관계 공무원에서 신청서를 접수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대전지부에 직업교육을 의뢰해 A씨가 평소 바라던 컴퓨터 교육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바람에 극심한 생활고를 겪은 피의자의 상황과 사실상 피해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A씨에게 직업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했다"라며 "검사의 법률지원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도 적극 활동해 따뜻한 법치가 실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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