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 포스터. |
현재 벌어지는 일의 원인을 과거에서 찾는 것도 어느 정도이지 묘를 잘 썼는가 아닌가에 절대적으로 비중을 두는 상황은 비참합니다. 대한민국 1%는 여전히 그것을 신뢰하고 소위 지도층이라는 부류가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더 암담합니다. 무덤을 파 보니 그 밑에 일본이 박아놓은 철침이 있고, 그것을 제거하지 못하게 하려고 친일파 거두의 묘를 썼다는 영화의 설정은 개연성의 문제를 뒤로 하고서라도 지나치게 작위적입니다. 더구나 그 무덤의 좌표가 정확히 위도 38도선 위에 있고, 경도상으로 한반도의 척추인 태백산맥 위로 한 것은 분단의 책임을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침탈의 영향으로 보는 합리적 태도를 넘어 확인되지 않은 미신과 신화적인 영역으로 몰아간다는 점에서 대단히 우려스럽습니다.
역사나 사회의 문제를 영화가 진지하게 다루는 것은 당연하고 가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예술이나 문화는 자유와 함께 책임도 있습니다. 이 작품을 두고 같은 시기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감독이 반대파 적인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정도를 벗어난 일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의도가 특정 정파를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해도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기대어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을 역사와 엮어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를 만든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러니 평생 땅 파먹고 산 지관이 풍수적 소신으로 몸을 던져 일본에서 온 정령과 싸워서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지키고 오랜 역사적 질곡을 해결했다는 해괴한 상황이 벌어지고 맙니다.
영화라는 공간은 어느 분야로도 자유로이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과 판타지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그것도 아직 이해당사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은 작품 자체로도, 관객 대중들을 포함한 사회적으로도 그리 바람직한 것이 못 됩니다. 흥행 면에서 성공적이라 해도 여러모로 아쉬움이 큽니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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