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버락 오바마는 "뭔가 알고 싶은 게 있으면 앙겔라에게 물어볼 거야"라고 할 정도로 그를 신뢰했지만, 그의 후임자인 트럼프는 전혀 달랐지요.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첫 대면을 앞두고 많은 사전 준비를 했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인 1990년 '플레이보이'와 한 인터뷰에서 그가 "나는 적들을 으스러트리는 것을 좋아하고 남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다음은 1987년에 쓴 자서전 '거래의 기술'에서 "결과물에는 관심이 없고 온전히 승리를 주장하는 데만 모든 관심을 쏟는 사람"임도 확인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메르켈은 트럼프의 개인적인 버릇, 즉 제스처, 보디랭귀지, 노려보기, 쾌활한 모습에서 흉포한 모습으로 돌변하는 계산된 행동들을 파악하였지요.
그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으로부터 트럼프에 대한 대응 전략을 코치 받았습니다. '전략적 인내를 발휘하라', '변덕이 죽 끓듯하다', '그에게 설교하지 말라', 그러면서 트럼프는 주의 지속 시간이 매우 짧고, 그에게는 상세 정보도, 배경 사연도, 많은 팩트도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메르켈은 첫 대면에 트럼프로부터 외교적 모욕을 당했지요. 트럼프는 다짜고짜 "앙겔라, 당신은 나한테 1조 달러를 빚졌소"라고 으르렁거렸습니다. 이것은 독일이 NATO에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액수였습니다. 그러나 메르켈은 특유의 자제력을 발휘하면서, "NATO는 회비를 납부해야 하는 클럽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지요. 또한 트럼프는 메르켈이 난민을 많이 받아들이는 것에 "정신 나간 짓"이라고 비난하였지요. 이에 대해서도 메르켈은 미국의 조언을 받아 기초한 독일 헌법에서 소중히 여기는 난민의 권리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트럼프는 처음 1분 동안은 무척 정중하게 "앙겔라, 당신은 참 놀라운 사람이군요!"라고 하다가 갑자기 "앙겔라, 당신은 우리를 뜯어 먹고 있소. 그러니 그런 짓을 멈추시오"라고 돌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메르켈은 침착성을 유지하면서, "동맹국들을 상대로 무역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피력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무역 전쟁에서 쉽게 승리할 수 있다고 외쳐대었지만 메르켈은 "흐음, 알아서 잘 판단하도록 하세요, 대통령님"이라고 응수하였지요.
따라서 트럼프의 작전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트럼프는 메르켈의 말을 경청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광경을 지켜본 메르켈의 국가안보 자문인 크리스토프 하이스켄은 두 사람의 신경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종합적 평가를 하였습니다. "그들은 대화를 합니다. 그는 메르켈의 말을 듣습니다. 그는 흥분합니다. 그러고는 까먹습니다. 다음번에 똑같은 이슈를 제기하고 우겨댑니다. 그런데 그러고 나서도 실질적인 진전은 없습니다" (이상 직접인용은 케이티 마튼 '메르켈 리더십' 참조)
혹시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미동맹에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그러면 메르켈의 팁이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그에 의하면 "차분하고 겸손하게, 그러나 상대의 허점은 놓치지 않고 입을 닫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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