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 불가와 타협 불가피론 사이에서 더 이상은 허둥대지 않아야 한다. 배정 결과를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누고 권역별로 분산해 배정하는 '방식'에 비중을 둔 듯하다. 이제부터는 부실한 의과대학과 의사를 양산하는 무모한 증원이 안 되게 해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 간 강대강 대치의 치킨게임부터 마감해야 할 것이다. 의대 재학생의 40% 이상이 신청한 '동맹휴학'도 방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학별 증원 규모와 배정 기준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2006년부터 자그마치 18년간 입학동원을 동결했다. 국민 다수가 의대 신입생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교육환경과 의료시장에 미칠 영향도 살펴 가며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양질의 의대 교육과 필수·지역의료 보강 등 산적한 현안을 풀어야 한다. 국민 생명을 놓고 협상하란 뜻이 아니다. 격화된 갈등을 풀려면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하라는 것이다. 의대별 정원 발표가 의료 붕괴 아닌 의료 개혁의 분기점이 되게 하기 위해서다.
수술이 시급한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위협을 주는 일은 어떤 명분이든 용납할 수 없다.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휴학에 이은 교수 집단 사직 움직임을 여기서 멈출 때다. 비수도권 대학 1639명, 경인 지역 361명으로 '2000명'은 타협 대상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 정부도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대화와 설득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 이번 발표로 증원 정책은 마침표를 찍었더라도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다. 무엇보다 전공의, 전임의, 의대교수의 의료현장 복귀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마지막 다리마저 끊어버리는' 파국을 맞지 않도록 모두 노력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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