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단 한 곳도 지정되지 못한 대전권 대학들은 절치부심의 각오로 재도전에 나섰다. 첫 관문인 혁신기획서에 담길 내용을 점검하며, 반드시 이름을 올리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20일 지역 대학가와 교육부에 따르면 '2024년 글로컬대학 30'의 1단계 합격인 예비지정 규모는 최소 15개 대학, 최대 20곳이다. 22일 마감되는 대학 혁신기획서를 통해 4월 중 발표된다. 순천향대 등 지난해 예비지정 후 본 지정에서 탈락한 5개 대학은 2023년 계획과 기본방향이 비슷한 경우 곧바로 본 지정 평가에 오를 수 있다.
지역에선 일찌감치 TF를 구성해 비전과 전략을 알리는 대학이 있는 반면, 대다수 대학들은 어떤 방식으로 혁신안을 제출할지 외부로 공개하길 꺼리는 분위기다. 통합과 연합, 무학과·무전공, 내부 혁신 등 구성원들에게 민감한 내용이 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탈락하더라도 3차년도 정부 지정계획 변화에 따라 노선변경이 필요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있다.
국립대인 충남대와 국립한밭대는 올해 통합을 기반으로 '대전형 과학기술 혁신' 극대화를 담아 재도전 한다. 두 대학은 사업 유치를 위해 대전시는 물론 지역 지·산·학·연 28개 혁신기관과 함께 협력키로 했다. 혁신기획서에는 통합은 기본이고 2단계로 1도 1국립대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충남대-한밭대 통합이 마무리된 2027년 이후 공주대와도 연합하는 방식이다.
정종률 기획처장은 "1차년도 스토리가 통합이라면, 올해는 정출연 연계로 글로벌 탑티어를 연구하는 것이 메인이다"라며 "지난해 통합을 전제로 공동신청서를 제출했음에도 고배를 마셨던 만큼 올해는 교육부·대전시·정출연과 많은 대화로 스킨십을 이어가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립대인 목원대와 배재대는 '연합 대학' 방식으로 단일 거버넌스를 수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 대학이 소재한 서구와 적극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혁신 교육모델을 만든다는 그림이다. 통합이 아닌 '연합 대학' 방식은 법인이 다른 사립대를 고려해 올해 허용된 방식이다. 대학 관계자는 "두 대학은 건학이념과 교육과정, 지리적 위치 등 여러 공통점을 갖고 있다"라며 '지역사회와 지속적인 혁신성·발전가능성·유연한 대학 운영을 동반한 성장을 거듭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지역산업특화형융합대학' 공동 설립 등을 추진해 왔던 한남대와 대전대는 올해 단독 신청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서는 1차년도 글로컬 선정과정에서 '지역대 전원 탈락'이란 충격을 가져온 만큼 올해 반드시 이름을 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대전권에선 9개 대학이 단독 또는 공동으로 7건의 신청서를 접수했지만 예비지정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반면 영남은 7곳이 1차 통과했다.
지역대 관계자는 "학령인구절벽과 지방소멸 위기가 겹치며 지역대는 고사 위기에 놓여있다. 지방대를 살리자고 만든 글로컬에서 특정 지역만 소외돼선 안된다"라며 "대학 수를 감안할 때 국립대는 기본이고, 사립대도 최소 2~3곳이 선정돼야 맞다"고 강조했다.
한편, 글로컬 사업은 2023년 10곳을 선정한 데 이어 올해와 내년에도 10곳씩을 선정해 총 30곳에 3조 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두 곳 이상이 함께 응모한 통합대학 유형에는 평균 1500억 원, 연합대학은 총 1000억 원을 지원해 자율적으로 나누게 된다.
고미선 기자 misuny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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