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순 |
지독한 봄 맞이 중
기침 콧물 여러 날 고생이다
환절기라는 얄궂은 계절은
뼈속까지 시리다
온 버덩에 감재 심굴라믄 (심으려면)
땅 갈아 엎고 고랑도 떼기고
비닐도 씌우고
등허리가 굽어 허옇게 나와야만 하는
고단한 계절인데
이리 지쳐 든 누워(드러누워) 있으니
어느 세월에 할라나
요란시룹게 왔다가
후딱 가버리는
여우같은 봄은
반굽다가도(반갑다가도) 얄동미룹고(얄밉고)
좋아 방실대다가도 고뿔로(감기) 드러 눕게 된다.
옆집 할버지가 반굽다
로타리 쳐주신다고
육중한 차 몰고 들이닥치니
감기가 어딨냐
누움이 사치지
박차고 일어난다
막걸리 한 퉁자 쟁반에 바쳐
언제 아팠냐듯 씩씩해지니
봄은 하여간 여우같다
파릇한 새싹이니 꽃망울이니
온 땅에서 들고 일어나니
눈 요기가 요란스런 얄궂은 봄봄봄
꽃귀경 나들이는 어딧 개가 짖는지
나와는 아무 상관없고
이 너른 버덩에(들판) 쭈구리고 앉은 내가
연분홍 꽃이지 어떤게 꽃이겠니
옥수니 봄마중은 꽃이된 봄마중
감자를 심기 위해 밭일하러 나오는 부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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