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서울을 중심으로 서구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전시가 전국적으로 유행했다. 해외 유명미술관의 소장품을 가져오기도 했고 마그리트나 콩바스 등 서구 거장의 주요작품과 사조를 소개하는 전시들이었다. 그런 흐름 속에서 대전시립미술관은 권기수, 김창세, 서은애, 석철주, 임남진, 정종미, 정주영을 필두로 '우리의 옛 정신'을 끄집어낸 것이다. 당시 서문에서는 '(중략) 현대 대한민국의 예술가인 그들이 수백 년 전 이 땅에 살다간 예술가들과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음을 드러내는 일을 주저하지 않으며, 동시에 현대의 예술가로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며 기획의 맥을 짚는다. 전통에서 현대를 비춰보고 정체성을 되새긴다는 것은 어느새 보편적 사고가 됐겠지만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독자적 기획을 이어나가며 미술관의 정체성을 지켜나갔다는 것이 유의미하다.
/우리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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