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필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 |
일자리 분야에서는 대전형 코업청년 뉴리더 양성과 나노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주거 분야에서는 청년 주택 공급과 청년 월세 지원사업을, 교육 분야에서는 반도체 공학대학원과 양자대학원 지원을, 복지 및 문화 분야에서는 미래두배 청년통장 지원과 청년 부상제대군인 등 진로탐색비 지원 등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대전청년내일재단 설립과 대전청년마을 시범조성도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렇게 일자리 만들고 주거 문제를 해결하면 청년들이 지역에 남게 될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만 않다. 지방 도시의 일자리 질은 수도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특히 임금이나 고용조건이 수도권을 이기기는 힘들다. 지역의 경쟁력 자체가 수도권을 이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일자리와 주거를 수도권처럼 만들려는 생각은 애당초 성공할 수 없는 정책일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대전은 대학들로 인해 20대 초반의 젊은 층이 유입하는 도시 중 하나다. 그러나 이들 중 대다수는 졸업과 동시에 지역을 떠나는 것으로 나타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5~24세 인구 순유입은 1927명이었으나, 25~39세의 경우 1374명이 순유출되고 있다. 이렇게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지역 밖으로 나가는 이유로 일자리와 주택 보급 부족 등을 원인으로 판단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세운 정책들로 보인다.
대전은 대전답게, 대전 청년은 대전 청년답게 살 수 있는 차별적인 이유를 제공해야 대전에 정착할 이유가 되는 것이지, 수도권과 비슷한 일자리나 생활환경을 만들어 주면 대전에 남을 거라는 생각으로는 청년들이 지역에 남도록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역에 청년들이 정착하도록 하려면 청년들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해줘야 한다. 지역에 사는 삶이 수도권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정착하는 것보다 더 낫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으면 된다. 지역에서 사는 삶이 수도권에서 사는 삶보다 더 행복하면 된다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청년들이 더 행복해지는데 일자리와 주거가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다.
코로나 이후 미국에서도 청년들이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지역에 몰리는 현상이 완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대도시를 떠나 중소규모 도시들로 청년들이 몰리는 이유로는 청년들이 취업도 어렵고, 저임금인 데다가, 생활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경제적 이유 외에 20~29세 청년들이 지역 중소도시를 선택한 이유로 드는 것은 음식점, 술집, 공연장 등 즐길 거리가 다른 지역과 비교해 높다는 점이라고 한다. 요즘 청년들이 원하는 도시는 단순히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서 집사고 결혼하는 곳이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즐기며 살 수 있는 재미있는 도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이루는 삶의 질이 가능한 도시를 원한다는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에 매달려 살아왔던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태어나서부터 먹고사는 걱정 없이 풍요롭게 자란 이들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바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중에는 적당히 일하고 주말에는 하고 싶은 취미활동을 맘껏 할 수 있는 일자리, 주 4일만 일해도 되거나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직장, 나이나 성에 따른 차별이 없는 평등한 분위기. 등등 이런 것들이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이다. 청년들이 지역에 남도록 하려면 이러한 일자리를 만들고 또 그러한 직장 분위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일자리를 만들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한다는 정책을 추구하는 속에서 생활하는 청년은 결국 더 좋은 일자리 더 많은 임금을 주는 수도권으로 떠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좋은 자연환경에서 즐겁게 일하고,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못하고 남아있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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