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도 번아웃, 당직 진료체계로 피로감 낮춰야"

  • 사회/교육
  • 건강/의료

"대학병원도 번아웃, 당직 진료체계로 피로감 낮춰야"

대전 한 대학병원장의 호소

  • 승인 2024-03-19 17:40
  • 신문게재 2024-03-20 6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2024022001001415200056972
대전의 한 대학병원장은 지금의 비상진료체계가 중단되지 않도록 병원에 남은 의료진에 대한 지원이 요구된다고 호소했다.
19일 오후 대전의 한 대학병원 1층 로비에 준비된 좌석은 대부분 비어 있는 상태에서 오후 1시 30분 진료를 시작했다. 진단서를 떼려면 환자 본인의 신분증이 필요한데 이를 깜빡한 환자가 병원 직원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로비에 울릴 정도로 인적 드물게 적막했다. 마침 회의를 주재하려 로비를 지나던 이곳 병원장을 따라가 현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병원 진료 상황은 어떤가?

▲응급·중증환자 외에 일반 수술이 거의 중단된 게 가장 큰 문제다.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가 모두 사직해 예약된 수술은 모두 연기하고 응급의 중증환자에 한해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수술에 필요한 마취를 전담할 전문의를 구하려고 적지 않은 연봉을 제시해 모집 공고를 내었으나 며칠째 응모하는 의사가 없다. 지금 의료계가 혼란스러운 데다 개원했을 때 기대 소득이 높아 3~4시간 넘어가는 수술이 잦은 대학병원에 근무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

-환자가 많이 줄었는데 병동 상황은



▲환자가 크게 줄어 최근 병동 3개를 줄였다. 여러 진료과목의 환자를 통합했고,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의료진과 환자 관계가 상당히 악화됐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환자와 의료진 사이 믿음을 갖고 진료와 수술이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같은 의과대학을 나온 서울 동료 의사들이 어제오늘 사직하겠다고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있는데 가슴이 매어진다. 의사와 간호사가 팀을 이뤄 위태로운 환자도 함께 살려내던 팀워크가 깨져 더는 수술에 나서기 두렵다고 말하고 있다.

-응급·중증환자는 그래도 케어되지 않은가?

▲최근에도 10대 젊은이가 오토바이 사고로 중상을 입고 우리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제가 직접 수술했다. 신경 여러 개가 절단되는 큰 사고였는데 우리 병원이 환자를 받지 못하면 젊은 환자는 전국으로 병원을 찾아 헤맬 것이 분명해 직접 수술을 진행해 다행히 잘 마무리됐다. 다만, 수술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모든 과정을 부족한 의료상황에서 올곧이 감당해 진행하는 게 상당히 어려웠다. 지금의 비상진료 형태로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 작지 않다.

-병원을 지키는 의료진의 피로도 만만치 않을 텐데?

▲지금 상태에서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것은 확실하다. 외래환자를 거의 받지 못하는 진료과목도 나오고, 중증환자를 케어하는 진료과에서도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호소를 하고 있다. 야간에 당직을 서고 낮에는 외래환자와 입원환자를 보느라 번아웃을 겪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때 대전시가 해주었으면 하는 게 있다. 병원마다 모든 진료과에 교수들이 당직을 서고 있으나 이번 사태가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병원에 남은 의료진에 지속하는 진료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과부하를 겪는 몇몇 진료과목이라도 병원을 지정해 해당 병원에서만 당직을 서고, 그 사이 나머지 병원 의료진은 휴식을 취하고 다음 진료와 수술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진료체계를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모든 병원에 의료진이 쉼 없이 뛰고 있는데 동시다발 번아웃에 빠질 것이 걱정된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尹 파면 일주일만에 관저 퇴거… 대국민 사과 없이 사저행
  2. 초록우산 세종본부-세종시녹색어머니연합회, 업무협약 체결
  3. 시민 안전 위협하는 이륜차
  4. 한국소비자원 "명품 플랫폼 발란 반품·환불 피해 사례 발생 주의"
  5. 금강문화예술협회·탄방동부녀회, 제13회 효문화실천 위안잔치 및 무료급식 봉사
  1. [현장을 찾아서]홀트아동복지회 아침뜰 창립 20주년 기념식
  2. 천안도시공사, ESG거버넌스협의체 본격 추진
  3. 중진공 충남지역본부, '찾아가는 현장소통 간담회' 개최
  4. 천안시, '의료돌봄 통합지원' 선도 모델로 우뚝…세종서 벤치마킹
  5. 충남창경센터, SK에코플랜트와 반도체 산업 개방형 혁신 협력 나선다

헤드라인 뉴스


보문산에 흑연 채석장 발견… 대전最古 동아연필 연계성 주목

보문산에 흑연 채석장 발견… 대전最古 동아연필 연계성 주목

대전 보문산에서 일제강점기 흑연을 채굴하던 현장이 새롭게 확인됐다. 도로 하나 놓기도 어려운 시절 보문산 중턱까지 임도를 개척해 흑연을 채취하던 채석장으로 대전 최고(最古) 기업인 동아연필과의 연계성에 주목하고 있다. 10일 중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구 문화동 한밭도서관과 충남대병원 뒤편의 보문산 중턱에서 앞서 발견된 굴착 흔적은 지하자원의 하나인 흑연을 채굴하던 현장으로 확인됐다. 이곳은 1948년 촬영된 보문산 항공사진에서 산 중턱까지 차량이 오르내리는 도로가 확인되는 곳이다. 충남대병원 주변에 도로가 없을 때 채석 이뤄진..

김종민 의원 “차기 대통령 집무실 세종 설치, 정당 모두 합의하자”
김종민 의원 “차기 대통령 집무실 세종 설치, 정당 모두 합의하자”

무소속 김종민 국회의원(3선·세종시갑)이 10일 “차기 대통령 집무실 세종 설치는 정당 모두 합의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며 정당 간 합의를 통한 조속한 결정과 추진을 제안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대통령은 당선 직후 인수위 없이 바로 집무를 시작한다”며 “용산은 국민이 불신하고 청와대는 국민 개방으로 갈 데가 없다. 대통령 집무실을 어디로 할 것인지 정당 간 합의로 조속히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 따로, 공무원 따로, 제대로 국정 운영이 될 수 없다. 정부 장·차관과..

대전 어디 가지?…화려한 예술 전시·공연 풍부
대전 어디 가지?…화려한 예술 전시·공연 풍부

2025년 봄, 대전은 예술로 물들고 있다. 합창의 울림, 앙상블의 선율, 바이올린의 열정, 연극의 메시지, 서예의 향기가 여기 대전, 한 자리에 모인다. 따스한 봄에 펼쳐지는 예술의 향연은 대전의 심장을 뛰게 하고 우리의 영혼을 깨운다. 각 공연과 전시가 주는 특별한 매력을 통해 관객들은 새로운 감동과 사유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대전의 공연과 전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대전시립합창단 = 대전시립합창단 제170회 정기연주회 바흐 '요한 수난곡 Version Ⅱ'가 오는 4월 18일(금) 오후 7시 30분, 대전예술의전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시민 안전 위협하는 이륜차 시민 안전 위협하는 이륜차

  • 대전시 선관위, 제21대 대선 ‘엄정하고 공정하게’ 대전시 선관위, 제21대 대선 ‘엄정하고 공정하게’

  • 유성구 장애인종합복지관 균열 발견…신속 안전조치 유성구 장애인종합복지관 균열 발견…신속 안전조치

  • ‘불꽃 튀는 열정으로’ ‘불꽃 튀는 열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