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화의 이점 하나는 실행 동력이 되는 '공론화'다. 행정수도의 시계추가 느려터지거나 멈춰버린 듯 보이는 시점에서 공약 경쟁은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 특히 행정수도 완성의 명분(당위성)과 실리(실현 가능성)를 살린다는 전제에서다. 2024년 무산된 신행정수도법을 대표 발의하겠다는 뜻이야 흠잡을 데 없다.
만약 국회와 정부가 수도권 집중 현상 등에 강한 문제의식을 갖는다면 행정수도를 돌파구로 삼자는 국민 공감대는 확산할 것이다. 입법·사법·행정의 주요 국가기관이 모두 세종으로 이전하는 공약도 그렇다. 수도권 잔류 행정기관의 세종시 이전은 대선 공약으로 나온 바 있다. 세종시 수도 이전 국민투표론까지 거침없었다. 그런데 선거공약에서뿐이었다. 중앙당과의 소통이나 여야 간 공조 없이 헛공약으로 맴돌기 마련이었다. 큰 '이슈'에 가린 나머지 선진문화도시나 미래경제도시 혹은 명품교육도시와 같은 '디테일'이 묻힌 측면도 있다. 실제로 더 다양한 현안이 수두룩하다.
공약은 아니지만 검토할 만한 의견이 있다. 가령 대통령실 수석 중 1명을 아예 세종시에 상주시키자는 제안은 아이디어로서 괜찮다. 행정수도 지위 확보는 수도권 과밀 해소, 분권적 국가균형발전, 또 메가시티 등 각종 현안과 연관성이 있다. 행정수도 지위 확보를 위한 법리적 근거인 세종시법 전면 개정처럼 함께 추진할 사안도 있다. 공약의 절반만 실천됐으면 버젓한 행정수도는 완성됐을 것이다. 일회용 총선 공약으로 쓰고 지키지 못할 식언(食言)이 되면 안 된다. 세종시 발전의 밑거름이 될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가 틀을 바꾸는 일에 진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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