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민 대표 |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고, 투표권자는 자신을 대의할 정치인을 선택한다. 선거 당사자들은 대표자로서 선거권자로서 정체성을 인식하고 있을까? 선거 때만 되면 드는 생각이다. 과연 민주주의 꽃이 선거인가? 1인 1표, 지역구 인구 대비 의석수 책정으로 민주적인 선거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특히 성평등 관점에서 보면 선거에서, 일상에서 성평등 민주주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1927년 창립한 전국규모의 조선여성운동단체인 근우회 첫 번째 행동강령이 여성에 대한 사회적 법률적 차별 철폐였고, 강령 중에는 부인 노동의 임금 차별 철폐와 산전 산후 임금지불 조항도 있었다. 약 백 년 전에 살았던 여성들의 바람이 지금 여성들의 바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예나 지금이나 차별을 없애려면 입법이 중요하다. 여성 정치인이 선정한 올해 가장 중요한 입법과제가 지역구 여성 30% 의무 공천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하지만 지역구 여성 30% 의무 공천은 21대에서도 22대 총선에서도 물 건너갔다. 21대 국회의원 중 여성은 19%였고, 올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여성 공천명단을 보면 여성후보공천 비율은 높아지지 않았다.
OECD 성별 임금 격차 부동의 1위 나라에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은 남성 임금보다 평균 30% 적게 받고 있고, 정치영역에서 균형된 대표성은 더 취약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2년 성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직업훈련 영역에 성평등 점수는 높으나 의사결정 영역이 가장 낮은 38점이다. 교육과 직업에 있어서 여성은 거의 동등하게 참여하지만 여성이 여성의 삶을 개선하고 정책을 마련하고 결정할 기회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
현행 지역구 30% 여성 공천 권고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여성할당제가 법제화되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시작된 성별 갈라치기, 여성가족부 폐지 분위기 속에 일부 남성들은 여성은 왜 할당을 받으려고 하느냐는 조롱과 비난을 한다. 할당이 몫을 나눈다는 의미인데 여성이 마치 시혜를 받는 존재로 인식된다. 할당은 당연히 여성의 몫을 여성에게 부여하는 것이므로 할당보다 여성공천의무제가 적합하다.
혹자는 여성 국회의원들이 지금까지 별로 한 일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전체 의석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남성 국회의원들은 어떤 일을 했나? 여성할당제가 아니라 남성할당제를 한다면 어떤가? 성별은 대립이 아니라 존중받고 존중해야 할 차이다. 특정 성이 과대표되거나 과소대표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2000년 '모든 선거에서 남녀 후보의 수가 같아야 한다'는 선거법을 개정한 프랑스 하원의원의 여성비율은 2018년 38.5%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남녀동수 민주주의 제도화에 대한 논의가 없진 않았지만 현실은 지역구 여성후보공천 30%도 그림의 떡이다. 대전 지역구 국회의원 7석 중에서 더불어민주당에서 여성후보 2명을 공천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여성가족부를 해체하고 인구부로 바꾸겠다는 윤석열 정부 아래서 여성과 성평등 의제는 사라졌다. 인구감소를 해소하기 위해 아이를 낳으면 대출을 해주고 빚을 탕감해주어도, 일·가정 양립제도가 여성에게만 적용되는 한, 가정과 직장 모두에서 돌봄노동을 해야하는 여성들의 과로와 고용단절은 답이 없다. 남녀 모두 참여하는 일·가정양립 대책, 성별 임금격차 해소 등 성평등 관점 입법과 목소리를 대의하기 위해서 더 많은 여성이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확대는 다양한 대표성 확대에 있다. 여성할당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성공천의무제, 나아가 남녀동수 정치의 장을 열어야 민주주의 완성이다.
/최영민 대전평화여성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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