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식 대전지방검찰청 차장검사가 14일 대전지검에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국가통계 조작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대전지방검찰청은 14일 주택통계 등 국가통계 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공표하고, "정부가 권력을 남용해 국가통계의 정확성과 중립성을 침해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감사원이 국토교통부와 통계청 등을 감사해 주택과 고용, 소득통계 작성과 공표에 위법 행위가 의심된다며 관련자 22명을 2023년 9월 검찰에 수사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이날 공소사실에 대한 설명을 통해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1회 국토부에만 보고하던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을 대통령비서실의 요구로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대중에 공표하기 전 대통령비서실에 주 3회 미리 보고했는데 이는 공표 전 누설을 금지하는 통계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대통령비서실은 미리 보고받은 변동률이 높으면 인위적으로 낮추도록 부동산원 임직원을 압박했는데 2021년 8월까지 125회에 걸쳐 서울, 인천, 경기에 매매·전세가격 변동률을 조작했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다.
2018년 8월께 다음 주에 발표될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의 중간 상황(주중치)을 0.67이라고 사전에 보고받고 이를 낮추도록 지시해 다음 근무날 0.47로 낮아진 변동률(속보치)을 재차 보고받고도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낮추라 지시해 발표 전날 0.45(확정치)를 보고받고 이게 대중에 공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주간 변동률 0.67 상태로 1년간 지속할 경우 집값이 1년 약 34% 상승하는 추세가 될 수 있는데, 변동률을 0.45로 낮추면 23% 정도만 상승하는 추세로 결과값이 크게 바뀐다. 대통령비서실이 부동산원에 명시적 하양요구 외에도 재검토를 지시하고 상승사유 확인 및 현장점검을 순차적으로 지시해 압박에 따라 최초의 데이터를 수정 입력하는 방식의 조작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2019년 10월 전년 대비 비정규직 근로자가 약 86만 명 급증했다는 통계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대통령비서실과 통계청장은 비정규직 규모와도 무관한 '병행조사 효과' 때문이라고 공표하도록 통계청 직원을 압박한 혐의도 받는다.
서정식 대전지검 차장검사는 "조작된 국가통계 때문에 국민들이 시장 상황을 오판하게 만들고 국가통계에 대한 신뢰를 무너트렸다"라며 "사전검열 체계를 갖추고 4년 6개월간 고위관계자가 명시적으로 통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조직적·권력형 범죄"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수현 전 사회수석은 개인 입장문을 통해 "이번 기소는 전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과 망신주기"라며 "정책 담당자가 부동산 시장 상황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정확한 상황이 어떤지 알아보라' 등의 말을 조작지시로 둔갑시킨 것"이라고 반박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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