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군이 고향사랑기부금을 활용해 진행하고 있는 엉덩이 기억상실증 회복 프로그램./영암군 제공 |
영암군은 지난해, 목표액 6억원의 두 배가 넘는 12억3600만원을 모금했으며 이는 전국 기초지자체 중 2위에 해당하는 성과였다.
답례품으로 영암군의 농산물과 소상공인 상품이 3억7800만원 넘는 매출을 올려 농가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톡톡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영암군에서 확인됐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자체가 지역 맞춤형 사업을 제시하고 모금하는 '지정 기부'를 막은 점, 기부금 모금처를 공공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에서 독점하게 만든 점, 낮은 개인 기부 한도와 법인 기부를 금지한 점 등 한계점도 존재했다.
영암군은 고향사랑기부제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에 제도개선·보완을 제안했으며 다른 시·군 등 지자체와 법령 개정을 촉구하는 연대에도 나섰다.
결국, 지난달 13일 정부는, 국회에서 의결한 고향사랑기부금법 일부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공포했다. 민간 플랫폼 모금 금지가 유지되는 등 지자체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지는 못했지만 지적받아온 여러 문제점을 반영한 내용이었다.
올해 영암군은 지난해 모금으로 적립한 고향사랑기금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사업에 돌입한다.
특히 4월 중순부터 실행에 들어갈 '엄니, 영암 극장 가시게'가 단연 눈길을 끈다. 이는 읍·면 마을에 사는 어르신들이 버스를 타고 영암읍의 '영암기찬시네마'에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1970년대까지 영암읍에는 영암중앙극장이 있었지만 이 영화관이 문을 닫은 이후 영화 한 편을 보려면 광주나 목포까지 나가는 수고를 들여야 했다.
군은 이런 문화 소외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2022년 12월 영암읍에 영암기찬시네마를 개관했다.
약 1억원의 고향사랑기금으로, 어르신들이 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기찬시네마에서 영화를 보고, 다시 버스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엄니, 영암 극장 가시게'를 각 마을별로 차례로 시행해 11개 읍·면 555마을 어르신 모두 올해는 영화 한 편씩 볼 수 있게 만든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고향사랑기금으로 지역 문화시설인 영암기찬시네마 활성화도 견인할 예정이며 어르신의 영화 관람이 끝나면, 영암 학생과 다문화가정 가족, 이주노동자 등에게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군은 고향사랑기금으로 지난달부터 '엉덩이 기억상실증 회복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엉덩이 근육이 가장 빨리 빠진다는 의료 상식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어르신의 근력 회복 및 근 손실 예방을 위해 개인별 맞춤형 처방을 해주는 내용이다.
시종면·서호면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을 통해 4주 동안 120명 어르신에게 건강 처방을 하고 있으며 근육 감소와 질병 보유 어르신에게는 1 대 1 맞춤형 운동과 식단을 제공한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난 뒤에도 영암군은 추적 관찰로 어르신의 건강을 계속 보살필 계획이다.
영암군은 고향사랑기금으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영암읍보건소와 삼호읍보건지소 주치의로 초빙할 예정이다. 지난 2023년 12월 현재, 영암군 18세 이하 인구는 6227명으로 전체 인구의 12%에 달한다. 안타깝게도 이 소아청소년들은 의료사각지대에서 산다.
영암군에 소아청소년 전문의가 없어 정밀한 진료와 치료를 받으려면 60km 떨어진 광주나, 40km 먼 목포·무안으로 나가야 한다.
공공산후조리원 건립 등 '아이 키우기 좋은 영암' 정책을 추진 중인 영암군은, 올해 고향사랑기금으로 먼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초빙한다는 방침이다.
한 주에 영암군보건소에 2일, 삼호읍보건지소에 3일 전문의를 배치해 소아청소년 마을주치의 역할을 맡긴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전국에서 영암에 고향사랑기부를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그 정성에 보답하기 위해서 영암군민과 지역 발전에 꼭 필요한 일들에 기금을 활용하겠다. 올해도 영암 고향사랑기부에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란다"고 말했다.
영암=장우현 기자 jwh4606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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