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자체 빈집 활용 정책, 실효성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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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자체 빈집 활용 정책, 실효성이 문제다

  • 승인 2024-03-12 17:53
  • 신문게재 2024-03-13 19면
방치된 빈집 처리를 놓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고심하고 있다. 공공행정협력단을 이끌고 이탈리아 마엔차(Maenza)를 다녀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1유로(약 1400원) 빈집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졌다. '재생'에 초점을 맞춰 구매자가 활용계획을 내고 보수하는 이 방법이 전국 빈집 대상의 재생 프로그램이 되기엔 불확실한 요소가 많다. 이탈리아는 출산율이 1861년 통일국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40만명 아래로 떨어져 비상이 걸려 있다. 공통점이 있으나 여건은 상당히 다르다.

전국 빈집에 일괄 적용 가능한 방안은 아니다. 그렇지만 인구감소지역 빈집을 우선사업 대상으로 삼고 시범적인 장기 프로젝트로는 추진해볼 만하다. 지방은 아이를 낳아 서울로 내보내는 '인구 댐' 구실도 더 이상 못하게 됐다. 인구의 자연적 감소 못지않게 수도권으로 향하는 사회적 감소를 걱정해야 한다. 생활인구 개념 도입도 지역 인구감소 대책으로서는 근본적이지 않다. 주민편의시설을 확충하는 매입형 정비사업 등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1년 이상 방치된 13만2000채 중 절반에 근접하는 6만1000채가 인구감소지역에 있다. 범위를 전국 빈집 145만채로 넓혀 보면 매우 복잡해진다. 지난해 농어촌정비법 개정으로 경관 훼손 우려가 큰 빈집 등에 등급을 매겨 조치할 수 있게 됐지만 실효적이지 않다. '빈집특별법'에 '특정공가(特定空家)'를 둔 일본처럼 강력한 제도가 요구된다. 우리도 굳이 찾는다면 충북 충주 '관아골'이 마엔차의 빈집을 조금 닮았다. 빈집을 청년들이 고쳐 쓰도록 지원해 관광명소로 탄생시킨 드문 경우다.

국가정원 추진과 관련해 도시 미관을 위한 빈집 정비도 물론 좋은 명분이다. 다만 활용 해법을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인구소멸에 따라 빈집 주변에 또 빈집인 '빈집 전염현상'은 계속 발생할 것이다. 돈이 안 들고 실험적인 이탈리아의 1유로짜리 정책을 부러워하기 전에 정비사업을 맡은 지자체의 부족한 예산부터 충당하는 쪽이 더 실효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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