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방문한 대전지역 한 초등학교 당직실무원이 생활하는 공간. 사진=오현민 기자 |
9일 오후 4시께 대전의 한 초등학교. 주말 근무 중인 당직실무원 A씨가 좁고 허름한 당직실로 안내하며 씁쓸한 투로 말했다. 안내를 받고 도착한 당직실 내부는 각종 보안기기와 접이식 침대 1개, 의자 1개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A씨는 주말이면 이 같은 공간에서 24시간을 머문다. 평일엔 이틀에 한 번 16시간가량 근무한다. 그러나 일한 만큼 임금을 받진 못한다. 감시·단속적 근로인 업무 특성상 학교에 머무는 시간 중 상당수가 휴게시간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A씨는 "평일엔 16시간을 이런 열악한 근무지에 있어도 근로인정시간은 7시간밖에 안되고, 주말은 24시간을 상주해도 14시간 30분만 인정해준다"며 "학교를 지키기는 막중한 임무를 맡음에도 처우는 형편없다"고 말했다.
당직실무원 노동조합(노조)은 근무 인정 시간을 확대하는 휴게시간 운영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대전교육청과의 의견 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A씨는 대전교육청이 검토 중인 '휴게시간 집에서 휴식'에 대해선 반대 입장이다. A씨는 "휴게시간에도 보안기가 울리면 직접 처리해야 한다"며 "바라는 건 근무시간을 더 인정해 달란 것"이라고 말했다.
근무 환경 개선도 절실하다. 근무공간과 휴게공간이 분리되지 않은 탓에 24시간 가동하는 CCTV화면 등 각종 전자기기의 소음과 불빛으로 온전한 휴식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자파로 인한 불안감도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곳보다 환경이 열악한 곳도 있다며 근무공간과 휴게공간이 분리되지 않은 당직실무원 근무형태에 피로감을 보였다.
당직실 비품의 노후화도 심각했다. A씨는 "여름엔 25년 된 에어컨을 사용하고 겨울엔 창문에 테이프를 붙이며 지내고 있다"며 "대전교육청에서 순차적으로 개선해 주겠다고 했지만, 언제 변화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2024년 1월 3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당직실무원이 근무 중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휴게시간 운영 개선안에 대한 대전교육청과 학교 당직실무원 노동조합 간 협의는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대립각을 유지 중이다.
당직실무원들은 2023년 12월 진행된 근로인정시간 확대에 대해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기존 16시간 중 6시간만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던 것을 7시간으로 늘린 것인데, 여기에 만족하는 이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65세 정년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들은 대전교육청이 대안으로 제시한 '휴게시간 자택 휴식'에 대해 당직실무원을 학교에서 밀어내는 대책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당직실무원 채용미달은 부족한 근로인정시간과 낮은 급여, 짧은 정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감시 단속적 근무자로 분류되는 당직실무원은 평일엔 오후 4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8시 30분까지 16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이 중 7시간은 근로 인정시간이고 9시간은 휴게시간으로 분류된다. 현재 당직실무원의 정년은 65세로 규정하고 있으며 채용미달 땐 65세 이상도 학교장 재량으로 6개월, 1년 단위로 기간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대전교육청은 노조의 거센 반발에 자택 휴게 운영은 보류키로 결정하고 아직까지 협상을 위한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전교육청 총무과 담당자는 "기존에 내놨던 자택 휴게는 보류하기로 했고, 근로인정시간 확대는 2023년 12월 진행 후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오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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