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봄을 찾아 떠난 남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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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봄을 찾아 떠난 남도 여행

덕천 염재균/수필가

  • 승인 2024-03-11 09:2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2024년 3월 7일(목)~3월 8일(금)

삭풍이 몰아치고 눈발이 날리던 겨울이 서서히 물러가고 희망의 봄이 시작되는 3월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도 서서히 기지개를 펴며 활동하기 좋은 봄을 맞이하여 가까운 산이나 들로 걷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이른 봄의 날씨의 변화가 심하더라도 계절의 변화는 아무도 막을 수 없고 거역할 수도 없다고 한다. 개구리가 동면에서 벗어나 입을 떼고 활동을 시작한다는 '경칩(驚蟄)이 지났다.

남쪽에는 벌써 매화를 비롯한 여러 가지 꽃들이 개화를 하여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매화의 향기가 필자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놀러 오라고 유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5개월간 병상에 누워 투병을 하시다가 소천하신 아버지의 장례를 무사히 모신 후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 지인부부와 함께 꽃소식이 들리는 남도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숙소도 정하지 않고 1박 2일간의 여행을 간다고 하니 모두들 상기된 표정이다.

호남고속도로로 진입하여 즐거운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 짜릿함이 내 가슴으로 파고든다.

창밖으로 보이는 산과 들은 아직도 나목과 허허벌판의 모습이다. 남쪽으로 차츰 내려가다 보니 조금씩 변화의 모습이 눈에 띈다. 구례를 지나면서 샛노란 산수유 꽃과 수줍어 보이는 하얀 매화가 우리 일행을 반기고 있다. 역시 봄은 남녘으로부터 온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첫 번째 목적지인 낭만의 도시 여수시로 접어들었다. 바다 냄새가 우리 일행을 설레게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배꼽시계가 요동을 치고 있다. 여수는 간장게장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게장식당이 몰려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게장 냄새가 배고픈 우리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럴듯해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가 꽃게장 정식을 주문했다. 입맛을 돋우는 간장게장 맛에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역시 간장게장은 여수에 와서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우리 옆 테이블에는 중년의 여자 4명이 앉아 맥주와 소주를 곁들이며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니 시원한 맥주 한 잔 생각이 난다. 다음 행선지를 생각하며 참았다.

향일암(香一岩)을 가보기로 했다. 식당을 나와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니 작년에 돌게장을 먹으러 왔던 유명한 식당이 눈에 뛴다. 반가운 마음이 일기도 하지만, 먹을 것이 별로 없고 간장맛만 느껴졌던 그때의 모습이 떠오른다.

여수시 남산동과 돌산읍 우두리를 연결하는 웅장한 모습의 돌산대교를 지나니 도로 폭이 좁고 굽이치는 산길 옆으로 이어진다. 돌산대교는 돌산을 상징하는 마스코트로 진도대교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한다. 돌산읍 금오산(金鰲山)에 있는 삼국시대 신라의 승려 원효가 창건한 암자이자 문화재인 향일암 근처의 주차장에 도착했다. 근처의 상점들이 돌산하면 갓김치가 유명해서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예서제서 유혹의 손길이 발길을 붙잡는다. 입구부터 비탈지고 돌계단이어서 숨을 헐떡이게 한다. 여자들은 무릎과 발바닥이 좋지 않아 근처에 있기로 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필자와 지인인 최종국님과 같이 비탈길과 돌계단으로 이어진 곳을 오르다 보니 붉은 동백이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고 있다. 커다란 바위 동굴인 일주문을 지나 만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은 절벽에 세워져 있는 향일암은 신비함을 더하는 것 같다. 이곳은 해맞이로 유명하다고 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고 한다. 바다를 바라보며 가슴에 남아있는 스트레스가 없어지고 신성한 공기가 내안으로 파고드는 느낌이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선홍빛 물결이 아름답다는 오동도였다. 여수를 오면 찾아봐야 하는 곳으로 동백이 무리를 지어 붉은 꽃을 피워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여인의 절개가 동백꽃으로 환생했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는 활짝 핀 동백꽃을 보며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동백의 붉은 꽃은 화려하나 얼마 피어 있지 못하고 꽃 전체가 한꺼번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입구에 들어서니 부부나무가 다정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동백숲길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니 마음도 몸도 자연과 하나된 것 같다. 오다가 보니 거북선 공원에 若無湖南是無國家(약무호남시무국가)라는 커다란 비석이 눈에 들어온다. 이 뜻은 만약 호남이 없어진다면 나라가 없어진다는 말로 시민대학의 고사 성어 시간에 강의를 해주신 장상현 교수님의 말이 뇌리를 스친다. 이순신 장군이 여수에서 한산으로 진(陳)을 옮긴 다음날 희암(希菴) 현덕승(玄德升)에게 올리는 답서에 기록된 구절이라고 한다.

향일암을 내려와 예약해 놓은 숙소를 잠시 살펴본 후 저녁에 먹을 횟감을 사러 여수 수산시장으로 갔다. 싱싱한 횟감을 사가지고 숙소로 갔는데, 주변은 온통 음식점이었다. 숙소는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어 사장의 눈치를 보지 않으니 손님입장에서는 편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된다.

싱싱한 회와 가져간 소주로 다 같이 모여 먹으니 오늘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아 웃음이 저절로 난다. 사람들은 음식을 먹을 때의 모습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곤 한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여행의 둘째 날이다.

짐을 챙겨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심하게 불어대고 있다. 봄바람은 여수바람이라고 하는데, 무섭다는 생각이 밀려든다. 여자들이 걷는 것이 불편하다고 하여 오늘은 쉬운 장소를 찾아 가기로 했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곳인 낙안읍성을 찾아갔다. 초가지붕이 인상적이다. 매화와 산수유 꽃이 활짝 피어 운치를 더하고 옛날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아이들에게 조상에 대해 알 수 있게 보여주는 산 교육장이라 생각된다. 물의 힘에 돌아가는 물레방아와 소 달구지가 인상적이다.

낙안읍성을 나와 광양의 매화마을 근처에 다다랐다. 많은 관람객들로 인해 주차장으로 가지 않고 도로를 따라 멀리서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멀리서 보니 매화가 꽃 대궐을 이루어서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봄이 왔음을 눈으로 느끼게 되니 마음에도 봄이 온 것 같다.

박경리의 장편소설 토지에 나오는 평사리에 위치한 최참판댁 마을로 갔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모든 것을 날려버릴 것만 같다. 부자인 마을에 도착하여 여기저기를 구경하며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본다. 담장 앞에 서서 평사리에 펼쳐진 드넓은 들판을 응시해 보며 최참판이 되어 보는 상상을 해본다.

1박 2일 동안 남도를 찾아와서 보고 느끼고 하면서 봄이 우리들 곁에 와 있다는 현장을 몸소 체험해본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버지의 장례를 모시면서 쌓인 서글픔을 말끔히 씻어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희망의 봄을 맞이할 수 있어 좋았다.

끝으로, 부부간의 여행은 건강할 때 즐겨야 된다는 말을 필자의 가슴에 깊이 새기게 된 소중하면서도 알찬 남도 여행이었다.

덕천 염재균/수필가

염재균 시인
염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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