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1,000만종 이상의 생물이 있는 것으로 추정, 그 일부인 180만여 생물종이 발견되었다. 모르는 생명체가 더 많이 지구에 존재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수많은 종이 생태계 안정적 보전의 바탕이다. 생물다양성은 생물, 유전자, 생태계 등이 포함된 개념이다. 다양성은 생태계 건강지표가 된다. 종이 다양할수록 먹이 사슬이 복잡해져 안정성이 증가하고 멸종 가능성이 낮아진다. 다양성이 적어지면 균형이 무너져 상상할 수 없는 이상이 초래된다. 이상으로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나 생태계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인구 팽창 및 활동영역 확대로 도시 확장, 산림 벌채, 농지 개발 등이 이루어져 여타 생물 서식지가 붕괴되고 있다. 기후 변화 또한 모든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 이에, 생물다양성 협약(Biodiversity Convention)등 국제적으로 종 보전에 대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별 인식 없이 살아간다.
인종 및 문화도 마찬가지다. 아메리칸 인디언을 살펴보자. 콜롬버스의 신대륙 발견 당시 원주민은 총 1,300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16세기 이후 백인이 들어오면서 싸워 죽거나 서부로 쫓겨났다. 연이은 전쟁과 전염병으로 급격히 인구가 감소되었으며 문화도 파괴되었다. 그 숫자가 자료마다 다르지만, 미국의 경우 574 부족이 있으며, 절반 정도가 인디언 보호구역에 살고 있다. 보호는 말뿐 강제수용소나 다름없다.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이 과거 원주민 탄압과 강제이주에 대해 사과했다. 하나는 과거 미국 정부에 의한 폭력, 탄압, 강제 이주로 점철된 역사에 대한 사죄이고, 둘째는 원주민 자치구가 빈곤과 질병, 법의 보호로부터 방치된 부분들에 대한 사과였다.
미국뿐이 아니다. 점령지역이나 소수민족 대부분이 처한 입장이다. 보호라는 미명하에 겨우 생계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무력화시키고 있다. 일종의 고사작전이라 할 수 있다. 관광 상품으로 이용하는 문화 외엔 전통문화도 사라진다. 뉴질랜드에 갔을 때 원주민 보호구역에 들렸었다. 그때 받은 느낌이다. '보호란 가둬두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1946년 유엔 산하기구로 탄생한 유네스코 헌장 서문에 미국 대표이고 시인인 아치볼드 매크리시(Archibald Macleish)는 "전쟁은 사람의 마음속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평화를 위한 방어선이 구축돼야 할 곳은 바로 사람의 마음이다."라 헌정 했다. 제1차 총회에서 유네스코의 4대 긴급 목표로 1) 파괴된 문화 및 교육시설의 복구, 2) 문맹률 감소, 3) 교과서 개정, 4) 국가 간 정보유통 자유의 장애물 제거와 매스미디어 이용의 확장 등을 결의하였다. 2005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이삼열이 말한다. "생태적 다양성이 자연에 필수적이라면 인류에겐 문화다양성이 꼭 필요합니다. 문화란 한 사회와 집단의 성격을 나타내는 정신적, 물질적, 지적, 정서적 특성의 총체니까요. 결국 문화 다양성은 한 집단의 차원을 넘어 인류 공동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하며 생명, 자유 및 행복의 추구에 대한 빼앗길 수 없는 천부적 권리를 조물주로부터 부여받았다." 미국 독립선언서 서문에 나오는 말이다. 여기서 평등이란 획일화 또는 단일화가 아니다. 권리나 의무, 신분 따위가 한결같아야 한다는 말이다. 사회 일각에서 혼동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나아가 다양성 파괴를 획책하기도 한다. 폭력적이기 까지 하다. 자신과 같기를 강요한다. 내 생각과 같아야 하는 것이 아니고 달라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오히려 다르지 않음을 탓해야 한다.
다양성이 무너지면 인류 전체의 희망이 사라진다. 예술가가 다름을 추구하듯, 서로가 달라야 한다. 다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평등이 존중 되어야 하듯 다양성도 마땅히 보전 되어야 하는 것이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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