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수학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수학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 승인 2024-03-07 16:59
  • 신문게재 2024-03-08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40307094542
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다시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심화과정의 미적분과 기하를 삭제한다는 수능에서의 수학의 내용조정 소식을 접했다. 수학을 업으로 삼고 있는 자로서는 안타깝고 왠지 씁쓸한 소식이다. 이는 마치,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런 수학에 대한 홀대는 수학에 대해 과목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계산 이외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유용하지도 않고 뜬구름 잡는 학문으로 여기는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여겨진다.

수학이 복잡한 기호와 수식 등을 사용해 문제를 기술하고 또 이들을 이용해 해결하기에, 앞에서 언급한 수학에 대한 오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학에 인식의 부족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최소화하려는 노력보다는 단지 골칫거리를 없애버림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고 방식이 안타까운 것이다. 수학은 마치 우리의 삶에서 공기와 같은 존재로 매순간 사용되고 있으며, 수학이 없으면 우리 인간은 '생각하지 않는 갈대'로 전락하게 된다. 왜냐면,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의 첫걸음은 조건이나 상황을 기억을 통해 생각하고 판단하기 시작할 때부터인데, 생각(추리)과 판단하는 행위가 바로 수학이기 때문이다. 즉, 수학은 인류문명의 태동을 만들었으며, 태어나 죽을 때까지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매순간 우리는 수학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기하학(수학)을 모르면 이 전당에 들어오지 마라'로 유명한 플라톤이 운영했던 아카데미아는 수학을 배우는 곳이 아닌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추론하는 법, 즉 삶의 기본인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가르치는 곳이었다. 여기서 논리와 수학을 동일시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논리는 주어진 주장이나 판단에 모순이 없는지를 판단하는 것이지만 수학은 논리적 추론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창조해 나간다. 여기에 수학의 위대함이 있다. 미래가 현재와 다르다는 것은 현재에 없는 새로운 과학이나 기술이 창조됐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 창조의 원동력은 기존에 없던 것을 상상하는 힘에 있는데,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상상하는 힘을 기르고 또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이 바로 수학이다.



그런데, 왜 수학을 항상 애물단지 취급하고 중고등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전혀 쓸모없는 것으로 여기는 것일까? 조금은 씁쓸하고 부끄럽기까지 하지만 그 이유는 우리가 수학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이다. 수학의 정의를 모르더라도 수학교과에서 다루는 방정식, 함수, 미적분, 공간도형, 확률, 행렬 등이 무엇이고 왜 배우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이다. 가르치는 교사도 모르고, 지침을 주는 교육계에서도 모르고, 그러니 당연히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도 모르며, 그러니 흥미나 재미는 기대할 수도 없이 그저 반복적으로 배우기만 하고 있다.

교육청의 초청을 받아 교사직무연수에 종종 출강했는데, 참석하는 수학 선생님들께 수학이란 무엇인지 정의를 물으면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답을 하지 못했다. 더 나아가 수학은 추론이나 주장을 틀리지 않게, 즉 앞선 주장이나 사실에 모순이 없도록 전개해 나가는 것으로 모순관계에 대한 판단은 수학의 기초에 해당된다. 그런데 선생님들조차 이 모순에 대해서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는 것에 당황스러움을 느낀 적이 있다.



수학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고 공기를 마시는 것과 같다. 우리가 수학이 무엇이며 배우는 것들이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체득하면 자연스럽게 몸이 반응하게 된다. 조작키의 기능과 조작법을 익히고 나서 학생들이 전자게임을 즐기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주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실로 놀라울 정도로 능수능란하게 전자게임을 즐기고 거기에서 재미와 기쁨을 느끼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어려운 전자게임도 저렇게 잘 하는 학생들이 수학은 왜 재미없어라 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것일까? 이제 수학이 어렵다고 내용을 줄이고 폐지하지 말고, 근본으로 돌아가 수학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았으면 한다.
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곡교천 탕정지구 연계사업' 밑그림 그려졌다"
  2. 주말 사우나에 쓰러진 60대 시민 심폐소생술 대전경찰관 '화제'
  3. 의령군 자굴산 자연휴양림 겨울 숲 별빛 여행 개최
  4.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수는 적은데 국비는 수십억 차이…지역대 '빈익빈 부익부' 우려
  5.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대전변동중, 음악으로 함께 어울리는 행복한 예술교육
  1. {현장취재]김기황 원장, 한국효문화진흥원 2025 동계효문화포럼 개최
  2. "함께 걸어온 1년, 함께 만들어갈 내일"
  3. 농식품부 '농촌재능나눔 대상' 16명 시상
  4. 작은 유치원 함께하니, 배움이 더 커졌어요
  5. 나눔과 감사의 향연

헤드라인 뉴스


공백 채울 마지막 기회…충청권, 공공기관 유치 사활

공백 채울 마지막 기회…충청권, 공공기관 유치 사활

이재명 정부가 2027년 공공기관 제2차 이전을 시작하기로 한 가운데 대전시와 충남도가 '무늬만 혁신도시'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20년 가까이 정부 정책에서 소외됐던 두 시도는 이번에 우량 공공기관 유치로 지역발전 모멘텀을 쓰기 위해 역량을 모으고 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배정에서 제외됐다. 대전은 기존 연구기관 집적과 세종시 출범 효과를 고려해 별도 이전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됐고, 충남은 수도권 접근성 등 조건을 이유로 제외됐다. 이후 대전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 세종 이전과 인구 유출이 이..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직장맘에게 지급하는 출산 전후 휴가급여 상한액이 내년부터 월 220만원으로 오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하한액이 출산휴가급여 상한액을 웃도는 역전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출산전후휴가 급여 등 상한액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는 출산 전과 후에 9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받을 수 있다. 미숙아 출산은 100일, 쌍둥이는 120일까지 가능하다. 이 기간에 최소 60일(쌍둥이 75일)은 통상임금의 100%를 받는 유급휴가다. 정부는 출산·육아에 따른 소득 감소를 최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10일 소상공인 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 서구 월평동 '선사유적지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