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품을 시민과 함께… 대전시립미술관, DMA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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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품을 시민과 함께… 대전시립미술관, DMA 기획전

공립미술관 최초 수장고 공개 후 3년째 기획전
올해 기획전은 'DMA 컬렉션 하이라이트 2024'
근현대부터 신진 작가까지 평면 작품 38점 공개

  • 승인 2024-03-07 17:39
  • 신문게재 2024-03-08 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귀한 것을 고이 간직하는 창고라는 뜻을 지닌 수장고(收藏庫)는 미술관에선 '금고'라 본다. 대전시립미술관은 1998년 개관 이후 현재까지 14000여 점에 이르는 근현대와 동시대의 탁월한 미술작품을 수집해뒀다. 그러나 미술관의 소장품은 시대의 미술문화를 대표하는 공공자산으로, 모두가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대전 시립미술관은 소장품의 접촉면을 넓히기 위해 굳게 닫힌 수장고의 문을 열면서 시민과 관람객들에게 한층 더 가까워지려 한다. 2022년 공립미술관 최초로 수장고를 공개한 뒤 대전시립미술관은 올해 벌써 3번째 수장고 기획전을 선보인다. 이번 시립미술관 열린 수장고를 함께 들어가보고 'DMA 컬렉션 하이라이트 2024' 기획전 작품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평면을 통한 구체화

대전시립미술관의 올해 수장고 기획전은 'DMA 컬렉션 하이라이트 2024'다. 대전시립미술관은 모든 장르를 종합적으로 다루었던 기존 형태를 전면 개편해 회화나 사진 같은 평면 작품으로만 이번 전시를 구성했다. 상설전시실 3면에 설치된 수장대에 빈틈없이 격납된 소장품은 시야를 가득 채우는 공간을 연출함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미술관은 이번 기획전을 통해 대표 소장품 38점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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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A 컬렉션 하이라이트 2024' 내부. (사진= 김지윤 기자)
▲신진 작가부터 근현대 작가까지



이번 수장고 기획전엔 유영국 <Work>(1968), 장욱진 <풍경>(1983), 류경채 <날87-5, 87-6>(1987)과 같은 근현대 작품부터 강철규 <편향>(2022), 이덕영 <미오나의 계단(2023), 장동욱 <생존확인>(2021) 등 주목받는 작품까지 다양한 면면을 볼 수 있다.

김창렬, SA-98037, 1998
김창열, SA-98037,
기획전에서 관객들을 처음 반기는 착품은 김창렬 작가의 <SA-98037>(1988)다.

김창열 작가는 물방울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꾸준히 제작했다. 1973년 첫 파리 개인전을 통해 '물방울' 연작을 발표한 이후부터 1990년대 들어서면서 동양의 철학이 담긴 천자문 위에 물방울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작품 <SA-98037>에서도 천자문 한자를 바탕으로 전통적인 서양 화법 눈속임기법과 유화 물감을 사용해 물방울을 그렸다. 이날 작품을 통해 동양적 정신세계와 서양적 화법의 공존, 김창열 작품세계의 깊이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사윤택, 순간과도 같은 시시각각 놀이, 2010
사윤택, 순간과도 같은 시시각각 놀이, 2010
작품을 둘러보다 보면 저절로 한 작품에 눈길이 멈춘다. 여러 세계가 중첩돼 있는듯한 그림을 마주하다 보면 작가의 의도에 궁금증을 가지기 마련이다. 그 작품이 바로 사윤택의 <순간과도 같은 시시각각 놀이>(2010)이다.

사윤택 작가는 작품을 통해 진경산수화와 세한도, 인상주의 풍경화를 배경으로 과거와 현재의 인물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중앙에 위치한 빨간 사과는 화면 속 다른 요소들과 연결돼 있어 선악과나 독이 든 사과, 또는 세잔의 사과와 같이 다양한 의미를 연상시킴으로써 이미지가 갖는 상징과 맥락으로 자유로운 놀이가 가능하도록 한다.

김영진, 섬, 2016-2017
김영진, 섬, 2016-2017
작품은 인간의 마음을 투영한다. 어떤 작품을 보면 내면에 있던 외로움이 사무쳐 울려 오기도, 가슴 한곳에 있던 그리움이 터지기도 할 것이다.

김영진 작가는 그런 현대인들의 외로움을 작품에 표현했다. 김영진 <섬> 연작(2016~2017)에는 빛에 노출돼 있던 당시 먼지와 이물질, 흠집 등이 포착돼 찰나의 순간 존재했던 그림자가 표현돼 있다. 엎어진 유리컴의 모습은 마치 바다에 떠 있는 섬같이 느껴진다. 이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은유한 것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이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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