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학기 '스쿨존 어린이 안전' 문제 없나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학부모들은 차량이 오가는 아이들의 등하굣길 안전에 걱정이 크다. 2019년 아산의 한 초등학교 스쿨존에서 김민식군이 교통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은 이후 2020년 초 이른바 '민식이법'이 시행됐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스쿨존 내 사고는 여전하고, 음주운전 등으로 사망·상해 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하는 내용의 '민식이법'은 정작 재판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민식이법' 시행에도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민식이법'이 시행된 2020년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483건 발생했으나 2021년에는 오히려 523건으로 늘었다. 2022년에는 514건, 2023년은 466건(잠정치) 등 500건 내외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스쿨존에서 사고로 희생되는 어린이는 매년 2~3명에 이른다. 과속 감시카메라를 크게 늘리고, 가중처벌법이 시행됐어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스쿨존 내 사고가 줄지 않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약한 처벌에 있다. 최근 대법원은 2022년 12월 서울 강남 스쿨존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9살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가해자에게 징역 5년의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유가족은 "법원이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는 판결을 하는지 묻고 싶다"며 절규했다. 이 같은 판결은 지난해 대법원이 뒤늦게 양형 기준을 대폭 강화했지만 7월 이전 기소한 사건엔 적용하지 않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대전고법에선 지난해 4월 대전에서 만취 음주운전을 하다 배승아양을 숨지게 한 60대 가해자에 대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징역 12년의 1심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스쿨존에서의 사고, 더욱이 음주운전에 의한 사고는 살인행위와 다름 없다. 웬만한 사기 사건보다 낮은 형량으로는 스쿨존 내 사고를 막을 수 없다. 어린이 안전보다 우선할 것은 없다는 전 사회적인 경각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