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화 편집부 기자 |
마흔이 넘어 본 둘째가 엊그제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새 나라의 어린이가 돼라'라는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더군요. 아이 입학을 앞두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다 보니,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에 눈물이 났습니다.
둘째와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한창 예민해 있던 누나의 사춘기와 맞물려 아름답지 못한 상황들을 뱃속부터 겪으며 스트레스를 꽤 받았을 겁니다. 사실 이 대목은 큰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 더 큽니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였어야 했는데, 밤낮없는 육아에 지쳐 놓친 부분이 많았습니다.
포기를 모르는 집념으로 13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다린 끝에 늦둥이 같은 둘째를 만났는데요. 세상에 하나뿐인 보석처럼 어루만졌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하루에 열두 번도 넘게 화를 냈고, 소리를 너무 질러 목이 쉰 적도 있었습니다. 다행인 건, 아이를 키우면서 반성과 회한보다는 찌꺼기가 없는 가볍고 순수한, 기분 좋은 감정을 느낄 때가 훨씬 많다는 점입니다.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을법한 기쁨을 수도 없이 경험하기 때문이지요.
입학식은 조촐했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말씀처럼 76년의 역사를 지닌 학교도 학령인구 감소는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반면 학군지에 따른 쏠림현상은 극명해지고 있는데요. 잠시나마 저 역시 소문난 학군지로 이사까지 계획하며 깊은 고민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 반에 50~60명씩 8반으로 나누어 생활하던 예전의 초등학교 모습은 이제 사진과 영상에서만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올해 신입생이 10명도 안 되는 대전지역 초등학교가 11곳이나 된다는 기사를 보니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절벽 심각성이 목전까지 온 듯합니다. 우리나라 작년 합계 출산율이 0.72라는 통계에 이어, 머지않아 0.6대로 하락할 거라는 전망도 위기를 실감케 하는데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1.0명만 돼도 이슈가 되고,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인구증가 요인을 분석하는 통계들이 쏟아지고 있는 데다, 지자체는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도 대책 내놓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야말로 지극히 사적(私的) 영역이기에 근본적 문제를 어루만지는 정책적 뒷받침이 중요시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흔히 자식을 '애물단지'에 비유합니다. 앞으로 늦둥이로 인해 기쁘고 슬프고, 행복하고 속상할 일들을 생각하니 기대와 걱정이 교차합니다. 다만 확실한 건, 애물단지의 진짜 의미는 '애(愛)물단지'라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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