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골프장 인근 수리부엉이 서식처가 발견된 동이면의 한 절개지 모습. 이곳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골프장 조성사업이 검토 중이다. (사진=임병안 기자) |
합의서 작성 과정에서 사업자 측이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날인을 강요하고 있다며 환경단체가 반발하는 가운데, 사업자는 양측 전문가들이 합의한 내용이라며 단체에서 시간을 끌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5일 대청호골프장반대범유역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골프장 조성 계획에 대책위는 2023년 5월 30일 기초조사와 6월 22일 골프장 예정부지 생태환경조사(정밀조사)를 진행했다. 현장조사 과정에서 팔색조, 애기뿔소똥구리, 수리부엉이 등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등이 발견됐다. 하지만, 골프장 조성 업체인 A 업체 측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생태조사에서 대책위에서 말한 보호종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신뢰할 수 없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책위는 A 업체에 같은 해 10월 30일 공동생태조사를 제안했다. 이에 양측이 전문가를 추천해 11월 22일 대책위와 대책위 추천 전문가, A 업체 추천 전문가가 간담회를 진행하고 생태조사를 하기로 협의했다.
협의 후 A 업체 측 전문가가 올해 1월 2일 공동생태조사 세부사항 합의서 초안을 제시했다. 해당 초안을 보고 대책위는 1월 29일 대책위 추천 전문가, 소속 관계자들과 모여 논의 후 수정안을 보내며 조정이 필요할 시 간담회를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A 업체 측이 2월 6일 대책위가 제안한 수정안은 무시한 채 공문을 통해 초안에 날인하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했다는 것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A 업체 측이 제시한 합의서 초안에는 공동생태조사가 끝나고 난 다음까지도 대책위에서는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다"며 "공동조사는 생태계를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지, 시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렇게 하면, 입막음하려고 공동조사를 시작하려 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 업체 측은 대책위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합의서 초안은 A 업체 측 전문가만이 아닌 양측 전문가가 서로 조율을 해서 결정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책위가 공동생태조사라는 목적이 아닌 단순히 사업을 계속 지연하고 방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거다.
A 업체 관계자는 "양측 전문가가 작성한 초안인데, 시간을 더 달라고 해 1월 29일에 수정안을 받았으나, 자극적인 문구가 담긴 비전문가들이 작성한 내용이었다"며 "단체 쪽에서 말하는 수리부엉이는 1월에 조사를 해야 한다고 해서 1월에 공동조사를 착수할 목적이었다. 같이 조사를 하자는 취지인데, 대책위 측이 조사를 계속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성명을 통해 대책위가 업체 측이 공동생태조사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로 여겨진다고 주장한 가운데, 업체 측은 "청주·충북 환경연합에 연락을 넣고 있는데, 서로 자극되지 않는 범위에서 합의해서 같이 공동조사할 생각"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해당 골프장 건립 사업은 2012년에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다시 추진하는 사업으로 A 업체는 옥천군 지양리에 27홀 골프장을 건립하기 위해 올해 착공할 계획을 세웠다.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기 위해 대청호를 식수원으로 하는 충청권 62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지난해 대책위를 출범하고 반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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