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며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5일 대전의 한 대학교 의과대학 강의실이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대전권 소재 의대 3곳을 포함한 40개 대학이 모두 증원을 요청한 것으로, 비수도권 대학 비율이 컸다.
복지부와 교육부는 5일 브리핑을 통해 2월 22일부터 3월 4일까지 의과대학 정원 신청을 받은 결과, 40개 대학에서 3401명의 증원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수요조사(최소 2151, 최대 2847명)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서울 소재 8개 대학 365명, 경기·인천 소재 5개 대학 565명으로 수도권 대학 13곳은 930명의 증원을 신청했다. 비수도권 27곳은 2471(72.7%)명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대학별로 정원 증원 수요와 함께 현실적인 현황·계획 같은 것도 받았다"라며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의과대학을 운영할 것인지 서류를 검토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배정을 할지 복지부와 실무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학별 의대 정원 배정을 위한 위원회도 별도로 구성된다. 복지부·교육부 뿐 아니라 의료계 전문가들이 모여 최종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진 않았지만, 총선 전 학교별 배분을 확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3월 중 배정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심 기획관은 비수도권 지역 중심, 지역의 거점병원 역할을 하는 곳에 우선순위를 두고 소규모 의대를 중심으로 각 학교가 신청한 증원 규모 범위 내 배분하는 원칙은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마감 직전까지 고심하던 대학에서 증원신청이 예상치를 뛰어넘자 대학가 반응은 엇갈렸다.
지역대 한 관계자는 "비수도권, 지역거점 병원, 미니 의대 요건을 다 갖춘 타 지역 대학이 5배 이상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다"며 "대학 경쟁력을 고려할 때 의대 반발에도 불구하고 증원신청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통합·정원 감축이 불가피해 이번이 학과 정원을 늘릴 기회라는 것.
반면, 일부 의대 교수들과 학생들은 일방적인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충남대병원 비대위 관계자는 "대학본부에 의대증원 관련 공식답변 요청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며 "증원 관련 정확한 수치를 우선 파악한 후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충남대 의대와 충남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교수 370명으로 구성됐으며, 4일 총장직무대행을 만나 '증원 0명'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전달한 바 있다.
새 학기를 맞은 대전권 소재 의대 캠퍼스에선 수업이 연기돼 학생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5일 강의실과 의학과 학습실 등이 있는 건양대 명곡의학과 건물은 한산했다. 3층에 위치한 3·4학년 강의실은 불이 꺼져있고,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임상·해부실 역시 텅 비어 있었다.
건양대 의대는 개강 일정을 3주 순연해 3월 25일, 충남대는 18일부터 수업을 시작한다.
고미선 기자 misunyd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