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자신감 넘치는 자녀로 키우기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자신감 넘치는 자녀로 키우기

김명숙 수필가

  • 승인 2024-03-05 18:03
  • 신문게재 2024-03-06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명숙 수필
김명숙 수필가
지난해 겨울. 오래된 집을 구입하여 리모델링을 하게되어 결혼한 큰아들집에서 며칠간 더부살이를 하게 되었어요. 6살 손자, 5살 손녀와 함께 살게 되었던 것이지요. 손자 손녀는 사랑스럽습니다. 연년생의 남매는 다정하게 동생을 챙겨주고 또 동생은 오빠를 챙겨주는 모습은 너무나 보기에 좋았습니다. 또 "할아버지 사랑해요. 할머니 사랑해요."라고 얼굴에 뽀뽀해주며 던져주는 말 한마디에 우리 부부는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우리 손자, 손녀 사랑해요."라고 답해줍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들이기에 자연스럽게 사랑한다는 말을 생활하는 것을 보며 감사했습니다. 제가 손자손녀의 재롱을 보는 순간 고등학교 시절 은사님 생각이 나더군요.

은사님을 뵈었을 때, 85세 되신 고등학교 시절의 저의 은사님께서는 금년 8월에 증손녀가 태어난다고 자랑하시며 좋아하셨습니다. 지금 손자며느리의 뱃속에 아기 이름도 '미키'라고 지었다고 하시더군요. 태어나면 아기 이름을 '다은, 태민, 효선'이라는 이름도 지어 놓고 더 좋은 이름 있으면 자녀들에게 지어보라고 하셨다는 군요.

그리고 증손녀가 태어나면 상대를 이기려 하지 말고 아름답게 지는 마음을 갖게 하시겠다 합니다. 손자와 손자며느리에겐 '미키'를 사랑하되 어렸을 때는 눈을 마주보며 사랑하고 늘 웃는 얼굴로 바라보라고 하시고, 점점 자라면서는 미키 볼에 입맞춤으로 사랑해주며 칭찬을 아끼지 말라고 하셨답니다. 사춘기가 되면 엉뚱한 짓을 자주 하게 되는데 그 엉뚱한 짓을 하는 것도 사춘기니까 하는 정상적인 성장 과정이라 하십니다.

은사님 말씀을 하다보니 '코끼리 사슬 증후군'이란 말이 생각나는 군요. '코끼리 사슬 증후군'이란 충분히 힘을 갖고 있음에도 스스로 주어진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는 서커스단에서 코끼리를 길들이는 방법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하는데 서커스단에서는 코끼리를 길들이기 위해 어렸을 때 아기코끼리의 뒷다리를 말뚝에 사슬로 묶어놓는다고 합니다. 아무리 용을 쓰고 안간힘을 써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알게 된 아기코끼리는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말뚝 주변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멈춰버린다고 하지요.



이제 아기코끼리가 성장하여 어른 코끼리가 되었습니다. 몸도 커지고 힘도 세졌습니다. 커다란 물건도 실어 나르고, 큰 나무도 끌고 다닙니다. 그런데 말뚝에 사슬로 묶이면 달라집니다. 이미 성장하여 몸이 커져서 발로 차기만 해도 박살 날 말뚝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어린 시절 경험하고 학습된 무기력이 코끼리의 몸 안의 능력을 구속하고, 더 성장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험은 멘탈 블록(정신적 차단)을 만들어 냅니다. 몸이 커져서 물리적인 힘이 충분히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에 가졌던 무능력과 좌절감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하고, 벗어 날 수 없게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코끼리가 아닙니다. 그런데 누구랄 것도 없이 코끼리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습니다. 코끼리 사슬 증후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그런 삶에 길들여진 채 그런 자신을 연민하느라, 아까운 에너지를 역에너지로 쓰느라 삶에 지쳐버립니다. 무엇엔가 길들여진다는 것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도록 눈을 가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버리면 말뚝 주변을 자신의 한계로 정해버립니다. 심지어는 말뚝을 빼주어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알아차리는 인식이 모든 변화의 시작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나는 무엇을 잘해서가 아니라 존재 자체만으로도 존귀한 사람이고, 사랑받기에 충분한 사람'이라는 믿음의 확신이 필요합니다.

은사님 증손녀 미키처럼 이런 사랑을 받고 자란 아기는 갈팡질팡 제자리 걸음 하는 어린 코끼리가 아니라 가족들의 사랑을 힘으로 얻어, 앞으로 살아나갈 인생길, 그 길이 비록 가시밭길이라 하더라도 마음속은 이미 자신만만함으로 충만해 그 길을 힘차게 걸어나갈 것입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2.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3.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4.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5.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